케이블TV방송협회가 위태위태하다. 윤두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CATV) 회장이 내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해 공백이 불가피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간판 회원사인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매각되는 등 케이블TV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다. 케이블TV가 전례없는 지휘부 공백 사태에 직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윤두현 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조만간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윤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개인 회사가 아니라 임의로 언제 그만둘 지 결정할 수 없다”며 “회원사와 상의한 뒤 언제 사임할 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윤 회장은 대구 서구 출마를 결정한 상태다. 윤 회장은 “입장이 정리되면 공식적으로 (출마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해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인정했다.
윤 회장 사임으로 케이블TV 협회 수장 자리는 장기간 공석이 될 전망이다. 신임 협회장을 뽑는 데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 협회장은 공모, 면접 등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윤회장은 올해 3월 케이블협회장에 선임됐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회장 임기가 3년인데 아직 1년도 안 채운 상황에서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판 회원사였던 CJ헬로비전이 경쟁사인 IPTV로 넘어가면서 케이블TV협회 입지도 흔들린다.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인수된 뒤에도 케이블TV 회원으로 남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 가입자 수는 415만명으로 케이블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업자였다. 케이블협회 규정에 따르면 케이블 라이선스를 갖고 있으면 회원 자격이 주어지지만, CJ헬로비전을 인수한 SK텔레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케이블 업계 한 임원은 “CJ헬로비전 가입자가 SK브로드밴드 쪽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면 전체 케이블 가입자가 줄어들어 케이블 입지가 더 약화될 수 있다”며 “그동안 케이블이 IPTV규모의 경제에 밀렸는데 이번 인수로 케이블 입지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CJ헬로비전 매각으로 업계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