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화학·소재 기업이 유가하락 영향으로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판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 등 원자재 부담이 줄어들면서 화학소재 기업 수익률이 개선됐지만 다운스트림에 가까운 화학 사업 실적 호조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분석됐다.
LG화학·SKC·효성 등 국내 화학·소재기업은 지난 3분기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4분기까지는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2%나 증가했으며, SKC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가 감소한 가운데에서도 영업이익이 5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효성은 이미 3분기까지 지난해 1년치 매출을 초과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익률 증가에도 성장에 대한 업계 기대는 크게 높지 않다. IT소재와 전지에서 매출 증가를 기록한 LG화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화학·소재 기업들이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주력 사업에서 호조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SKC는 폴리우레탄, 효성은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사업에서 큰 수익을 거뒀다.
화학·소재 업계는 호황 속에서도 당장 내년 먹을거리 걱정에 여념이 없다. 무엇보다 당장 원자재 가격 하락은 내년 판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익률이 이처럼 대폭 개선된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기인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자재 가격이 어떤 요인으로 다시 상승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주력 사업이 아닌 전자소재와 같은 신규 사업 부문에서는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점도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화학·소재 업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화학회사 바스프(BASF)는 매출은 줄었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다소 개선됐다. 미국 다우케미칼은 매출 볼륨은 소폭 증가했지만 주당 순이익이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으로 실적이 개선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내년에는 같은 상황에서도 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내년에는 어떻게 수익을 내야 할지가 업계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