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수출대륙 3중을 가다]<6> `중국굴기` 베이징

영화 ‘마션’의 마지막 부분에 ‘중국굴기’가 등장한다. 중국이 미국에 로켓을 지원하는 장면이다. 유커(중국관광객)를 끌어들이려는 할리우드 장삿속으로 치부하기에는 중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이미 경쟁우위에 있다. 중국 ICT 기업 활약이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거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룬 중국 ICT 기업은 인수합병 및 협력으로 생태계 구축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 기업은 중국 ICT 산업 노둣돌 역할을 한다. 이를 기반으로 베이징은 이미 ‘청년 창업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창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아 강력한 정책과 넘치는 돈, 풍부한 인재가 만난 창업 신드롬이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개혁과 개방에서 창조와 혁신도시로 변모한 선전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35년 전 인구 3만명의 작은 어촌이 이제는 3000만명 이상(유동인구 포함)이 소비하는 창업도시로 탈바꿈했다.

◇‘해상 실크로드’를 주목하라=지난달 30일 중국의 ‘5중전회’가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5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 준말이다. 5중전회에서는 내년 시행될 제13차 5개년(2016~2020년) 규획을 확정했다.

회의에서 장가오리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는 “중국은 2020년까지 연 평균 6.5%의 국내 총생산 성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제13차 5개년 계획 성장률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드라이브를 걸 ‘제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어젠다는 ‘창조와 혁신’이다. 중국은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요소로 인터넷 강국과 국가 빅데이터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업 위주 3차 산업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20년까지 중국 경제를 이끌 성장 이념으로 녹색성장과 개발, 공유 등을 새롭게 제시했다.

특히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는 다롄, 칭다오, 상하이 등 동쪽 ‘해상 실크로드’를 북서쪽으로 전이하는 중국 지역협력개발이 담겨 있다. 베이징은 신에너지자원, IT서비스, 헬스케어, 인터넷플러스 등 첨단 기술을 내륙으로 이동해 경제혁신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팡파허 아이소프트스톤 부총재는 “과거 10년 전에는 제조와 수출산업이 발전 주요 계획이었다면 2011년부터는 내수 진작을 위한 핵심전략이 국가 어젠다로 바뀌었다”며 “해상 실크로드는 내륙의 성과 성을 연결하는 협력발전이 핵심사업으로 한국 IT기업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상 실크로드는 란저우와 시안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청두, 충칭, 우한, 스촨성을 연결하는 ‘장강 경제벨트’로 계획돼 있다. IT서비스와 스마트 헬스케어, 에너지환경, 스마트시티 등 첨단 스마트단지를 미개발지역인 서북지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팡 부총재는 “중국은 성장과 발전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해상 실크로드 사업에서 소셜미디어, 모바일 기술,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 기술은 해외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진출 성패는 현지 어떤 업체와 협업하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며 “아직은 한국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지 않지만 KOTRA 등을 거쳐 협업 기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뼛속까지 중국화가 돼야 성공한다=중국 SW 시장은 산업 잠재력과 인력조달 용이성,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현지 전문인력 결합으로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SW기업은 금융과 통신, ERP 분야 시스템통합(SI) 및 아웃소싱(OS)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IT서비스와 통신이 컨버전스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중국 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SW업계는 중국 시장이 거대 내수시장과 정부의 강력한 활성화 의지, 미국 SW를 보는 정서적 거부감 등으로 국내 기업이 진출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 SW기업 정서는 중국 SW시장이 그리 녹록지 않다고 진단한다.

김병욱 알서포트 베이징 법인장은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국산제품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며 “외산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입할 때 특별하거나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베이징 SW시장은 외산기업과 중국기업 비중이 각각 10%와 90%를 차지하고 있다. 외산 SW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뼛속까지 현지화가 돼 있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큰 수익을 달성했다고 해서 중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경영판단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익수 티맥스소프트 베이징 법인장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경영판단 오류를 범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법인은 중국에서도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사업성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더 길고 업무 진행속도가 훨씬 느리다. 본사에서 2~3년 내에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 상황은 본사 기대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SW는 브랜드 인지도가 없으면 중국에서 생존확률은 극히 낮고 매출발생 시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 공공조달 SW 시장은 자국기업과 일본, 이스라엘, 한국 등 다국적 기업 간 경쟁체제로 돌아섰다. 기회만큼 경쟁도 똑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익수 법인장은 “중국 공공조달 SW에서 경쟁하게 되면 한국 기업은 외자기업인 동시에 중소기업인 반면에 중국 중소기업은 매출 1000억원에 임직원 수만 평균 100명 이상이 대부분”이라며 “결국 합작법인이 중국 SW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노둣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창업의 천국…한국 기업에는 기회=베이징 서북부에 위치한 중관춘은 현재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IT 차이나’를 견인하고 있다. 레노버, 바이두, 샤오미 등 중국을 대표하는 IT주자들이 이곳에서 잉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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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서북부에 자리 잡은 중관촌은 현재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IT 차이나`를 견인하고 있다. PC제조업체인 레노보,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등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이 이곳에서 잉태했다.

중관춘은 창업자 천국이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비롯한 41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쏟아져 나온 인재들이 창업을 위해 투자자를 찾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중관춘 창업거리에는 ‘차고(車庫)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창업카페가 창업보육 시설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차고 외관은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와 투자자가 자리를 가득 메우고 토론과 사업설명에 열중이다. 타스타 1층에는 스타트업 창업공간인 ‘부화실(孵化室)’이 있다. 창업자 50여명이 월 1500위안(약 27만원)의 돈을 내면 작은 책상을 제공받는다. 매주 열리는 ‘데모 데이’ 행사에서는 투자자와의 만남도 이뤄진다.

창업카페 차고 이얀 대표는 “중관춘 거리는 원래 서점이 즐비한 거리였다.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생활변화가 나타나자 2011년 서점 한쪽에 설립된 차고가 창업카페 시초가 됐다”며 “창업자가 10위안을 내면 커피 한잔으로 복사 등이 가능한 사무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고는 평일에도 44개의 테이블이 모두 만석일 정도로 창업자로 북적인다. 하루 방문객만 170명이다. 현재 차고 회원은 340명으로 이 가운데 3%인 10여개 기업이 연매출 1억위안을 올리는 창업에 성공했다.

이얀 대표는 “창업기업 10곳 가운데 9개가 실패한다는 논리를 깨기 위해 창업카페를 만들었다”며 “정부도 창업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중국의 창업바람이 중관춘 창업카페 거리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관춘 창업카페는 37곳으로 대부분 민영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창업이 민간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 민간기업과 창업자가 만나는 공간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소박스] 인터뷰// 정현우 타타UFO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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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100% 실패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한국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업과 투자라는 것을 정부 성과주의로 포장한다면 둘 다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의 청년창업을 향한 정현우 타타UFO 사장의 일침이다. 정 사장은 민간이 투자하고 민간에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는 중국 사례를 들며 국내 스타트업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사장은 “정부가 참여하면 비효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국 스타트업 투자심사위원은 정부 관계자나 교수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의 평가가 얼마만큼 효율성과 현장을 반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벤처캐피털 자율에 맡겨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타타UFO 주요 사업은 대학생 중심의 온오프라인 미팅 소셜플랫폼이다. 회사가 보유한 회원 수는 200만명으로 대부분 베이징대와 칭화대, 인민대 학생들이다. 중국 명문대를 졸업한 이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핵심인사가 되고 핵심 소비계층으로 부상한다는 점에서 성장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 때문에 올해 미국계 투자자로부터 60억원을 투자받았다.

정 사장은 “지금 매출을 올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승자독식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지 않으면 지금 1위가 언젠가는 2위로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 역시 매출보다는 회원 수 확대와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까지 1000만명 이상 회원 수를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정 사장은 “스타트업 시장을 비즈니스 확대로 갈 것인지, 모태펀드가 원하는 정책에 맞춰 갈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민간 창투사에 맡기는 것이 창업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중국 진출을 꿈꾸는 창업자들에게 “탄광 막장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모든 일을 시작할 때 자신의 상황을 절벽 끝으로 밀어붙인다. 절벽에서 뛰어 내려야 살지 죽을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좋은 곳에만 있으면 자신을 실험하지 못하고 조건이 좋으면 그런 상황에 안주하기 때문에 스스로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며 “창업을 위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술력과 자금력이 충분한 가운데 들어와야 한다. 단순히 사무실을 개설하고 법인을 설립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경영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창업 시장은 베이징 지역에 80% 이상이 몰려 있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신규로 등록한 기업은 365만개로 2013년 대비 68.49% 증가했다.

정 사장은 “스타트업 시장에서 베이징은 아마존 같은 곳”이라며 “5억원 정도 투자해서 법인설립하고 2~3년 내 수익을 내겠다는 발상 자체는 실패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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