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작은 틈 막으려는 정유·석화업계

지난 3분기 SK이노베이션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경쟁사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낸 터라 놀라움을 더했다. 안정 위주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주기를 최적화하고 보다 싼 유종을 택하기 위해 유종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기민하게 대응한 전략이 실효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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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석유화학기업은 최근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을 강화한다. TPM은 현장개선 활동을 뜻한다. 생산시설을 직원 스스로 유지보수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활동이다. 한화토탈은 명장제도를 도입해 TPM에 주력했다.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 이데미쓰 지바공장 직원들이 이제는 한화토탈 대산공장을 찾아 우수 사례를 배우고 있다. 지난해 TPM을 비롯한 각종 혁신활동으로 절감한 에너지 비용만 500억원에 달한다. 석유화학업계 최신 트렌드는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체제 도입’이다. 작은 절약 포인트까지 찾아내 고치고 또 고친다.

이런 변화는 최근 정유·석유화학업계가 맞은 위기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저가 석탄을 내세운 중국, 풍부한 원유를 보유한 중동, 셰일가스 기반 저가 생산설비를 갖춘 북미 기업과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국제 시장에서 정해지는 원유가격, 제품가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과거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여겼지만 최근엔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여보자는 게 공통 트렌드다. 구매에 약점이 있다 보니 관리 강도를 높여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높이겠다는 뜻이다. 이런 관리 노력이 실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행동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강점은 분명 우리 정유·화학기업 경쟁력으로 되돌아온다. M&A,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필수지만 작은 비용까지 줄이는 업계 변화에 관심이 더 쏠린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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