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위, 대형마트 횡포에 ‘철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불공정행위에 철퇴를 내린다. 공정위는 국내 3대 대형마트 불공정행위 혐의를 포착하고 12월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대형마트의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을 제재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직권조사로 ‘3대 업체’를 모두 처벌하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대기업과 협력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일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대형마트가 ‘갑의 횡포’를 멈추고 납품업체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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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맞추겠다고…판매장려금·광고비 미리 받아

공정위가 이번 적발한 불공정행위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이 가운데 두 가지가 자사가 설정한 영업이익 목표 달성을 위해 횡포를 부린 사례다.

공정위는 매월 부여된 영업이익 달성을 위해 납품업자에게 장래 발생할 수 있는 판매장려금, 판매촉진비, 광고비 등 명목으로 수억원 금전을 미리 받은 사례를 적발했다. 부당한 경제적 이익 수취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부서별 설정한 영업이익 목표 달성을 위해 납품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상품대금에서 판촉비나 광고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공제해 지급한 사실도 밝혀졌다.

신규점포를 개장하거나 기존점포를 리뉴얼할 때 납품업체 직원 파견을 강요해 상품진열 등 업무에 종사시킨 대형마트도 있었다. 일방적 파견 강요, 서면약정 미체결, 인건비 미지급 등 전형적 불공정행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매장 임대차 계약 시 임대기간(종료일)을 특정하지 않은 계약서를 교부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국내 할인점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데다 일부 업체는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지 오래되지 않아 과징금 등 제재를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내 운영 중인 점포는 이마트 148개, 홈플러스 140개, 롯데마트 116개에 달한다.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각각 28.7%, 25.1%, 15.7%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형마트 감시가 엄격해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박 대통령이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수시로 거론하는 등 대중소 기업 간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1월 공정위는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62억5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후 첫 제재 사례다.

롯데백화점은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 요구 사실이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자사 직영으로 전환한 판촉사원 인건비를 무상 상품 납품, 추가장려금 징수 등으로 납품업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마트는 여자오픈 골프대회를 개최하며 납품업자(48개)에게 협찬금을 제공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납품업체에 판매촉진행사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한 롯데마트, 경영정보 제출을 강요한 현대백화점과 이마트가 총 19억6900만원 과징금을 물었다. 올해 3월에도 공정위는 납품업자와 종업원 파견 관련 서면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종업원을 파견받은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에 과징금 3억5700만원을 부과했다.

최근 대형마트 제재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 가중처벌 받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3년 내 법 위반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가중처벌된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횡포, 왜 안 없어지나

공정위의 끊임없는 제재에도 대형마트 불공정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원인으로 대형마트 실적 악화와 CEO 의지 부족, 신고에 대한 부담 등을 꼽았다.

최근 수년간 대형마트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내수 침체와 의무휴업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3년 사이 영업이익률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매출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대형마트 3사 자체 실적 분석에 따르면 롯데마트 지난해 매출은 5조9900억원으로 2013년(6조4600억원)보다 약 7% 줄었다. 영업이익도 3160억원에서 2240억원으로 29% 떨어졌다. 홈플러스 지난해 전체 매출(잠정치)은 10조1110억원으로 2013년(8조9300억원)보다 13% 늘었지만 점포수 증가 효과를 제외하고 기존점만 비교하면 1.5% 줄었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2012년 이후 신규 점포를 뺀 기존점 매출이 2012년 10조900억원, 2013년 10조800억원, 2014년 10조800억원으로 3년 동안 줄거나 정체됐다. 2011년 8%대(8.5%)에 이르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간신히 6%대(6.1%)를 유지했다.

실적이 악화되고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며 대형마트는 불공정행위 유혹에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이번 적발된 사례처럼 월별 목표치를 정해놓고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결국 납품업체를 쥐어짜는 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CEO 상생 의지가 부족한 게 문제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납품업체 직원 파견과 인건비 전가 등 과거부터 수차례 지적됐던 고질적 문제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3년 부당 판매장려금 폐지 후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는 차례로 “판매장려금을 폐지한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이름만 바꾼 판매장려금을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다.

보복이 두려워 납품업체가 불공정행위를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위가 ‘하도급·유통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는 등 신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이 불공정행위를 묵인한다. 부당거래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신고 사실이 발각돼 거래가 완전히 끊기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를 감내하는 기업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납품업체 신고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와 제재, 대형마트의 상생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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