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국회연설은 결국 꼬인 정국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정국을 급랭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은 아쉽다.
박 대통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단호하고도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국정화에 강력 반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교과서 국정화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목소리를 높이며 결연한 표정과 단호한 어조를 동원해 교과서 국정화 논리를 조목조목 설파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국회를 의식하기보다는 국민을 향해 직접적으로 설득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화 추진 의지 천명은 야당 반발을 샀다. 야당은 시정연설 보이콧 강경론에 불구하고 참여하기는 했지만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 문구가 담긴 인쇄물을 모니터에 부착하는 등 국정화 방침에 항의를 표시했다. 이어 저녁에는 국정교과서 반대 장외집회를 열고 대여 공세를 계속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모든 이슈를 잠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경제 견인차인 수출은 개선 기미 없이 주춤하고 있다. 내수도 잠깐 살아났지만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 부처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국정화 이슈에 매달리다 곳간 비는 줄 모를 지경이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란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정화 이슈에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통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기업활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당부했지만 국정화 이슈에 파묻혔다.
대통령 국회 방문 징크스라 불릴 만하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할 때마다 꼬인 정국이 더 꼬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취임 후 매년 시정연설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국회를 존중하고 있다는 청와대 설명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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