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공 와이파이 예산 22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국회 심의를 받기도 전에 정부 내 조율 과정에서 잘려버렸다. 국회 소관 상임위 위원이 문제 삼아 뒤늦게 삭감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 예산이란 게 집행하는 부처에서 신청하고, 기획재정부가 한 번 걸러 국회에 제출한 뒤 국회 심의·조정을 거쳐 확정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늘어나고 줄어들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법이 정한 이치다.
그러나 이번 공공 와이파이 예산은 기재부가 아예 국회에 상정하기도 전에 예산 신청안에서 삭제됐다. 기재부는 정부 몫 공공 와이파이 구축 물량이 완료됐으므로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는 통신망이나 네트워크 구축·운영 특성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결국, 기재부는 ‘구축만 하면 됐지, 무슨 예산을 또 써’라고 본 정황이 뚜렷하다.
공공 와이파이는 국민이 공공장소나 사무실·집 밖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데이터망 사용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일종의 공공 서비스망이다. 실질적 통신료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이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만 해놓고 관리나 보완을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을 넘어 해킹과 같은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안업데이트와 설비 관리·패치 등 지속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나마 국회가 이를 알고, 예산안이 상정되기 전에 이를 문제 제기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정부 전체 예산과 방향을 설정하고 줄일 것은 줄이되 쓸 것은 쓰게 만들어야 할 기재부 고충은 이해한다. 하지만 공공 와이파이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잘못된 판단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좀 늦더라도 잘못된 시각으로 작성된 예산안은 반드시 고쳐져서 국회에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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