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3년 반 만에 최대주주 자리를 찾았다. 넥슨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난 김 대표가 신작 출시를 여유롭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모색하던 외부협력에도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는 최대주주가 넥슨에서 김택진 대표로 변경됐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김택진 대표와 임원 특수관계인 주식을 합친 지분율은 12.19%다. 김 대표 개인 지분은 11.98%다. 국민연금(11.76%), 넷마블게임즈(8.9%)가 그 뒤를 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넥슨의 엔씨소프트 블록딜에 참여해 44만주를 추가 취득했다. 넥슨 보유지분 전량이 풀린 이번 딜에서 5% 이상 엔씨소프트 주식을 매입한 주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으며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 됐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넥슨에 14.68%(8045억원) 지분을 매각하며 1대 주주 자리를 내줬다.
이후 넥슨의 추가 지분 인수 등이 이어지며 경영권에 위협을 받았지만 이번 블록딜 참여로 2012년 지분 매각으로 얻은 현금 대부분을 유지한 채 최대주주 자리를 회복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에 지분을 넘긴 다음에도 김 대표 경영권은 비교적 공고했다”며 “넥슨이 올해 초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이후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잠시 흔들렸지만 엔씨=김택진이라는 연결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장악하며 이제 관심은 엔씨소프트 신작 출시에 쏠린다.
엔씨소프트는 10월 현재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 ‘리니지 모바일(가칭)’ ‘아이온 레기온즈’ 등 자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다수 개발 중이다. 넷마블게임즈가 개발을 맡은 ‘프로젝트S(리니지2 IP활용)’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PC용 MMORPG 신작 ‘리니지이터널’이다. 당초 올해 클로즈베타테스트(CBT)까지 예정했던 이 게임은 내년으로 주요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현재 ‘리니지’ 등 기존 게임 매출 성장세가 탄탄해 출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MMORPG 시장 경쟁상황이 치열하지 않아 언제든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이터널에서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해 모바일기기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3대 주주인 넷마블게임즈와는 넥슨과 다른 협력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2012년 이후 상호 개발진을 투입한 조직을 만들어 게임 개발을 시도했는데, 결국 1년 만에 프로젝트를 백지화했다. 양사가 협력 시너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로 알려졌다. 넷마블게임즈가 만드는 ‘프로젝트S’는 엔씨소프트가 IP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외부협력, 신사업 진출 등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기간이 넥슨발 지분취득, 경영권 위협 시기와 맞물린다”며 “넥슨과 관계가 완전히 종료된 이후 이 같은 기조가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