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사업 모델 부재...이대로 가면 `공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사업 모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해외 모범 사례처럼 파괴적인 혁신 없이 단순 정보기술(IT) 결합만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공멸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츄어 분석에 따르면 지점을 두고 영업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은행은 2020년까지 기존 시장이 35%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도 미국과 유럽처럼 비대면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 중이지만 뚜렷한 사업 모델이 없어 해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지급결제 외에 해외송금 서비스, P2P대출, 개인자산관리 서비스, 자동 신용평가사업 등 전통 금융사가 유료화하거나 접근이 힘들었던 사업을 인터넷전문은행에 접목해 큰 성공을 거뒀다.

기존 금융사가 할 수 없었던 사각지대를 무점포 은행이 대체하거나 보완해주는 역할이지만 뚜렷한 고객군과 모델이 존재한다.

인터넷전문은행(Internet Primary Bank1)이란 점포를 통한 대면거래를 하지 않고 인터넷을 주요한 영업채널로 활용하는 은행을 통칭한다.

기존 은행이 오프라인 지점(branch)을 기반으로 하면서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에 인터넷전문은행은 개별 독립회사 형태로 지점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만을 이용해 소비자금융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내놓는다.

우선 해외의 경우, 초기 완전 무점포형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지만 최근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네트워크를 확충하거나 인터넷카페, 키오스크(Kios) 인프라를 활용해 오프라인 채널을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는 융합 모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P2P대출 등 비대면 기반의 다양한 수단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최근 사업은 오프라인 전통 은행과 경쟁하기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주요 영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대면 채널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전통 은행이 영위하는 사업을 좀 더 편리하게 변형시켜 비대면 채널 안으로 편입시키고 고객에게 파괴적이고 창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가 일본 소니뱅크(Sony Bank)다. 이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전문 오프라인 채널 ‘Housing Loan Plaza’를 설치, 운영해 전통 오프라인 은행 대비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대신 무점포 영업을 통한 저렴한 업무처리 비용을 이용해 기존보다 유리한 금리 등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지역적 영업 제한이 없는 활동영역, 영업점 방문 없이 금융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신속성과 편리성을 갖췄다.

미국 최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챨스스왑뱅크(Charles Schwab Bank)와 E-트레이드도 초기 차별화에 성공하며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꼽힌다.

해외 인터넷은행의 공통점은 비즈니스 차별화와 편리성 그리고 타깃 고객군을 초기에 설정했다는 점이다.

알리뱅크(Ally Bank)는 GM과 시너지를 통해 오토론, 리스, 카드 등 특화사업뿐 아니라 학자금대출과 정부 지원사업, 교육대출 등 융합형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며 큰 수익을 올렸다.

포르투칼 최대 은행인 밀레니엄BCP는 ‘액티보뱅크(Activobank)’라는 자회사를 통해 IT기기를 잘 다루고 자기주도형 서비스를 선호하는 도시 거주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BNP파리바는 ‘헬로뱅크(Hello Bank)’ 라는 모바일 전용 은행을 선보이며 ‘모바일로 태어났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 중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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