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갤럭시S7 서브 프리미엄 모델…브랜드·수익성 모두 노린 `신의 한 수`

삼성전자가 갤럭시S7을 내년 1월에 발표하면 실제 출시 시기는 1월 말에서 2월이 된다. 매년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하고 4월에 출시한 것에 비하면 한 달 이상 앞당겨진 일정이다.

◇갤럭시S7 출시 왜 앞당기나

출시 시기 변화에는 애플 아이폰과 경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매년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주요 운용체계(OS) 변화를 알리고 9월에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한 뒤 마케팅 이슈를 이어간다. 9~10월부터 제품을 판매하면 연중 최대 소비가 집중되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새해 특수를 모두 누릴 수 있다. 통상 이듬해 3월까지 판매 효과가 지속된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애플이 휩쓸고 지나간 3월 이후 신제품을 내놓는다. 계절적 비수기인 상반기에 제품을 내놓으니 이슈몰이가 쉽지 않다. 제품 할인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안팎에서 꾸준히 출시시기 조정 목소리가 제기됐다.

삼성이 갤럭시S7을 1월에 발표하면 제품 판매 기간이 약 두 달 늘어난다. 스마트폰 영업 기간이 연장되는 셈이다. 9월 출시한 아이폰6S 영향이 해를 넘겨서까지 이어지는 것을 조기 차단하고 ‘아이폰6S의 진정한 대항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새해 벽두에 발표해 ‘새해 첫 메이저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와 관심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갤럭시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급성장 중인 중국 업체도 견제할 수 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 부사장은 “3월은 이미 전년 9월에 출시한 아이폰의 힘이 빠지는 시기여서 아이폰 대항마가 되기 위해서라도 갤럭시 신작 출시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제값을 받고 파는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뼛속까지 프리미엄’ 핵심부품으로 전략 변화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는 단순 출시시기 조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을 끌어올려 이를 뒷받침한다. 숙원사업인 AP와 모뎀을 원칩화하고 자체 설계한 프로세서 코어 ‘엑시노스 M1’까지 적용해 성능을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구현한다는 목표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까지 ‘삼성’이 제작한 프리미엄 폰이라는 이미지로 브랜드 이미지까지 초격차를 노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프리미엄’과 ‘서브 프리미엄’으로 나눈 것이다. 프리미엄은 출시 시장 기준으로 원칩화한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 820으로 양분한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을 타사보다 두어 달 먼저 공급하는 게 유력하다. 스냅드래곤 820 전량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만큼 전략적 협업이 가능하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보다 먼저 출시할 수 있어 삼성전자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서브 프리미엄 제품은 미드레인지급 AP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퀄컴·미디어텍 등과 경쟁하는 데 유리하다. 프리미엄과 보급형 사이에 서브 프리미엄군으로 자리 잡으면 한 단계 높은 카테고리를 형성, 브랜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보급형 가격대에 높은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가 큰 만큼 기존 보급형 시장 수요를 서브 프리미엄으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고가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으로 양분된 현실에서 명분과 실리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한 통신사 임원은 “환율 효과 때문이지만 애플은 아이폰6S 가격을 올리며 더욱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추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삼성으로선 판매량과 관계없이 높은 성능·가격을 갖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명분을 챙긴 뒤 그보다 성능과 가격을 소폭 낮춘 서브 프리미엄에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