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 서버가 몰려온다

국내 컴퓨팅 업계에 격변(激變) 조짐이 일고 있다. 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 서버 업체가 잇따라 한국시장 공략을 선언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중국 서버 업체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브랜드는 물론이고 회사명조차 생소하다. 하지만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췄고 세계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서버 기업의 한국 공략이 심상치 않은 동시에 주목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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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서버 한국 진출 ‘러시’

지난 8월 서울 여의도에 새로운 사무실이 꾸려졌다. 중국 서버 업체 인스퍼 한국법인이다. 인스퍼는 현재 조직과 유통망을 확충하며 한국에서 사업에 나섰다. 인스퍼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했으며 차근차근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스퍼처럼 한국에 진출한 중국 서버 기업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IBM에서 x86 사업을 인수하면서 서버 시장에 진출한 레노버는 IBM 조직 통합작업을 마치고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통신 공룡 화웨이도 2013년 효성인포메이션과 손잡고 국내 진출했다. 여기에 인스퍼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1~2년 사이에 국내 진출한 중국 서버 업체는 세 곳에 이른다.

특히 인스퍼 한국 진출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부터 인스퍼와 협력해 사업 기회를 잡으려는 국내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인스퍼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중국 대형 컴퓨팅 기업 중 하나다. HP·델과 같은 쟁쟁한 서버 기업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국방과기대와 함께 세계 1위 중국 슈퍼컴퓨터 ‘톈허2호’를 개발,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력까지 겸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중국 정부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알리바바뿐 아니라 바이두·치후360 등 중국 주요 인터넷 기업에 서버 등을 공급하는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글로벌 경쟁력 갖춘 중국

레노버, 화웨이, 인스퍼의 한국 진출은 국내 컴퓨팅 시장에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 두각을 나타낸 기업이기 때문이다.

IBM에서 PC 사업을 인수해 세계 1위를 차지한 레노버는 서버 사업으로 영광을 재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장세가 큰 x86 사업을 인수, 전 세계 x86 서버 시장에서 단숨에 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서버 업체 관계자는 “레노버가 세계 PC 시장 1위에 오른 것처럼 서버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발판으로 공세를 펼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1987년 자본금 390만원으로 시작한 화웨이는 연 매출 50조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 ‘공룡기업’이 됐다. 인스퍼의 한 해 매출은 9조원이 넘는다.

이들은 세계 서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중국 정부 지원과 내수 시장에만 기대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세계 서버 시장 상위 5개 기업에 중국 업체 두 곳이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 2분기 서버 출하량 순위에서 레노버는 22만대를 기록하며 8.3%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이는 7만8000대(3.1%)를 출하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6% 증가한 수치다. 레노버에 이어 4위는 화웨이가 차지했다. 화웨이도 12만대(4.6%)를 출하하며 작년 동기 대비 39% 성장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국내 컴퓨팅 시장 지각 변동 일으킬까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중국 서버 기업 진출이 이어지자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년간 고착된 국내 서버 시장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외국계 서버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서버 시장을 HP와 델 등 미국 기업이 주도해왔지만 중국 기업 공세로 기존 구도가 단기간에 재편될지 모른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중국산 제품에 시장 반감 등이 적지 않은 점은 중국 기업의 단점이자 극복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IT투자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기업 가격경쟁력이 주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영토를 넓혀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화웨이, 레노버, 인스퍼 등이 속속 한국에 둥지를 트는 이유다. 특히 한국에서의 성공 사례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 공략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인스퍼 관계자는 “중국 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진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제 하나씩 성과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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