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로 편입한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 실리콘웍스가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실었다. 디스플레이용 칩 사업으로 성장한 데 이어 새롭게 자동차용 칩에서 성장동력을 찾는다. 지난 4~5년간 연구 개발을 거듭한 끝에 양산차에 적용되는 등 사업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한대근 실리콘웍스 대표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약 5년간 연구 개발했고 일부 제품을 상용화해 국내 양산 차량에 적용했다”며 “자동차 섀시 부문 반도체를 비롯해 다양한 차량용 칩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웍스는 매출 기준 국내 1위 팹리스다.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 집적회로(IC), 전력반도체(PMIC), 타이밍컨트롤러(T-CON), LED 드라이버IC, 터치IC 등 디스플레이용 칩 위주로 공급해 관련 분야 전문 팹리스로 성장했다.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애플 태블릿PC와 LG전자 TV·휴대폰 등에 칩을 공급했다.
하지만 매출이 2012년 4726억원에서 2013년 4098억원으로 감소하고 2014년 3907억원에 그치며 성장 정체를 겪었다. 이 기간 동안 자동차용 반도체 연구에 집중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았다.
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국내 팹리스 기업으로는 드물게 자동차 섀시 분야 반도체에 도전해 양산에 성공했다. 엑셀 기울기를 감지해 부품 수명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비접촉식 엑셀 센서를 개발해 양산을 시작했다.
트럭 전용으로 브레이크 패드(라이닝) 마모 정도를 감지해 알려주는 라이닝마모센서(LWS)도 상용화했다. 브레이크 패드 교체 주기를 미리 알려줘 안전운행에 도움을 준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용 칩도 양산하고 있다.
이 외에 자동차 조명용 LED 드라이버 IC와 브레이크 페달 IC,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도 개발 중이다.
한대근 대표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개발부터 테스트, 실제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이제 매출이 조금씩 발생하는 수준”이라며 “당장 큰 이익보다는 기술력을 쌓으며 조금씩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리콘웍스는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에서 그룹 계열인 LG전자와도 협력한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용 칩을 독자 개발해 제조사에 납품하지만 일부 제품은 LG전자 자동차 부품 사업과 협력해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다.
실리콘웍스는 올해 초 루셈 시스템IC 사업부문, LG전자 디스플레이용 IC 사업부, 제퍼로직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기존 디스플레이 사업 역량을 높였다. LG그룹 비메모리 핵심 계열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
이에 대해 한대근 대표는 “실리콘웍스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고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로 진출하려면 더 많은 인력과 경험이 필요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새로운 먹거리인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