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올 추석명절은 저탄소생활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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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즐거운 명절이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교통체증, 차례상 음식 준비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추석 차례상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차례는 계절 음식을 올리지만 별다른 게 없으면 떡과 과실 두어 가지면 된다고 했다. 근래에 들어 정성 담긴 차례상으로 ‘홍동백서’ ‘좌포우혜’ 등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하나 전문가들은 “특정 집안 풍습일 뿐 전 국민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도 앞으로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1세기 말이 되면 사과·배·포도·복숭아는 지금보다 재배가능지 면적이 현저하게 줄어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반면에 단감과 귤은 오히려 재배가능지 면적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기후변화 영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명절 때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국토는 민족 대이동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한국교통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추석연휴 7일 동안 우리나라 전체 인구 76%인 3945만명이 이동했다. 이동수단은 승용차가 전체 교통수단 84.4%를 차지하고 있어 아직도 대중교통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승용차 이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2만9000톤에 이르러 이는 30년생 소나무 약 3470만그루를 심어야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이 절실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지구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인간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런 영향은 폭염·폭설·가뭄·홍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 지구 온도는 3.7℃ 더 올라가고 해수면은 63㎝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작년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모든 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오는 11월까지 제출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를 감축하겠다는 장기감축목표(INDC)를 지난 6월 UN에 제출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계는 올 1월부터 525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생활 분야는 작년 9월부터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 추석은 우리의 작은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으로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 집을 떠나기 전 대기전력이 가장 많은 셋톱박스(12.27W), 전기밥솥(3.47W), 컴퓨터(2.62W), 전자레인지(2.19W) 등 가전제품 플러그를 뽑으면 전국적으로 하루 3500톤가량 CO₂ 감축과 10억원가량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귀성·귀경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승용차 한 대당 CO₂ 18㎏을 줄여 연휴 4일 동안 약 22만9000톤의 CO₂를 줄일 수 있다. 간소한 명절 상차림으로 1인당 음식물쓰레기를 20% 줄이면 하루 2000톤, 성묘 갈 때 일회용컵 하나만 줄여도 하루 500톤이 넘는 CO₂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나흘간 추석 연휴 동안 모든 국민이 위의 네 가지 실천수칙만 지켜도 총 25만4000톤가량 CO₂를 줄여 그만큼 지구 온난화 방지에 일조할 수 있다.

‘나 하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얼마나 큰일이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하지 말자.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나의 작은 실천 하나가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고 지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kumri1@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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