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노키아의 고향 핀란드를 가다…새 희망 꿈꾼다

2000년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책임지며 14년간 글로벌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던 ‘노키아(NOKIA)’는 핀란드 국민기업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핀란드는 MS에 넘어간 노키아가 또다시 글로벌 시장을 제패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노키아 몰락’을 교훈 삼아 ‘제2의 노키아’ 같은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했다. MS가 2013년 9월 노키아 모바일 단말기 사업부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핀란드 헬싱키를 찾아 현지인 반응을 살폈다. 스마트폰 판매 종사자는 노키아·MS 결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에 실제 소비자층은 부정적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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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포럼(Forum) 내 가전유통매장 기간띠(Gigantti). 학생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시연하고 있다.

◇노키아가 어려울 때, MS 인수는 고마운 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 시내 중심가 다수 가전유통점을 가봐도 ‘NOKIA’ 브랜드를 전면에 내걸고 영업하는 매장은 찾을 수 없다. 판매량이 많은 인기 제품부터 눈에 띄는 자리에 전시하는 매장 분위기가 노키아 현실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매장 직원이 말하는 노키아 미래는 보이는 모습과 달랐다.

헬싱키 스톡만 백화점 내 핀란드 대표 가전유통 체인점 기간티(Gigantti)에는 애플·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전면에 전시돼 있었고 그 후면 자리에 LG전자·화웨이·소니·노키아 순으로 제품이 놓여 있다. 노키아가 핀란드에서도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 세일즈 직원의 노키아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랐다.

경력 8년의 기간티 판매직원 티모 포시는 MS의 노키아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티모 포시는 “MS가 당시 어려웠던 노키아를 좋은 조건에 인수한 건 핀란드인에게 고마운 일”이라며 “MS 소프트웨어가 노키아에 심겨져 더 나은 혁신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키아의 부족한 스마트폰 경쟁력을 MS가 채워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는 “노키아와 MS 결합은 매우 긍정적이며 노키아가 국민기업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매장 역시 노키아 회생을 바라는 간절함은 같았다. 6년 경력의 닉 카라스 엑스퍼트(EXPERT) 판매직원은 “노키아와 MS가 새로운 브랜드로 중고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아는데, 노키아가 예전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라며 “노키아가 처음에 그랬듯이 제품 혁신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 실패를 부족한 스마트폰 성능과 편리성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수 직전 노키아가 애플·삼성 다음으로 3위였을 만큼 기회가 있었는데 스마트폰 성능과 편의성에서 경쟁력이 크게 부족했다”며 “이런 부족함을 MS가 채워 줄 것이며 애플·삼성보다 저렴하면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가슴을 어루만지며) 노키아는 자국기업이 아니지만 아직 내 마음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제2의 ‘노키아’를 기대한다

핀란드 헬싱키 스마트폰 영업점 분위기와 달리 핀란드 젊은 층 시각은 냉정했다. 노키아의 부활보다는 노키아 같은 글로벌 벤처기업이 나와 줄 것을 바라는 분위기다. 이미 애플과 삼성에 길들여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MS 결합은 시장을 바꿀 만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헬싱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펀티 비벨리는 “미국기업인 MS가 핀란드 대표기업 노키아를 인수함에 따라 노키아는 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며 “노키아가 휴대폰 시절엔 최고 품질이었지만 스마트폰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애플·삼성과 기술 성능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사실을 사용자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MS-노키아 야심작이 나오더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없고 애플과 삼성에 경쟁할 만큼 시장에서 성공하리라 믿지 않았다.

노키아의 실패는 핀란드인에게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 그는 “노키아 같은 큰 기업에서 일하는 뛰어난 기술 인력이 스타트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이미 게임 등 IT분야에서 좋은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키아 몰락이 핀란드인에게는 새로운 산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학생에게서도 노키아에 대한 애틋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폴리나 바하캉가스는 “노키아나 MS가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해도 삼성이나 애플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들 제품에 익숙해져 다른 변화를 갖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앞으로도 삼성과 애플이 1, 2위를 다투는 유일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노키아 제품은 성능이 떨어져 구매하고 싶지 않고 새 제품이 나온다 해도 구매할 마음이 없다”며 “삼성과 애플을 대체할 만큼 기대치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때 국민기업으로 핀란드인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모양으로든 잘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헬싱키(핀란드)=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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