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금융+산업 콜라보 현장] <2>대우인터내셔널 부하라 면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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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남서쪽으로 670㎞ 떨어진 부하라는 현지 5대 도시 중 하나다. 비옥한 토양과 높은 인구밀도를 바탕으로 직물, 피혁, 유지 등 경공업이 발달했고 행정 접근성이 용이해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5대 면화 생산국이다. 목화재배에 아동을 강제 동원했다는 흑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 대우인터내셔널이 부하라 면방법인을 세우면서 우즈벡은 1차 농업 사회에서 수출 대국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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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천연자원 활용, 80% 수출

부하라 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도로를 누비는 차량 90%는 마티즈 등 한국GM 브랜드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가 남아있고 면방산업에서도 한국 기술을 전수받아 새로운 콜라보 비즈니스를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인터내셔널이 부하라에 설립한 면방공장이다.

대우인터는 현지 최대 면방 기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8년 2월, 우즈벡 면방업체 ‘부하라텍스(Bukharatex)사’를 인수했다. 4300만달러를 투자해 최신 방적설비를 갖추고 연산 1만2000톤 규모의 면사를 생산, 판매한다.

대우인터는 부하라텍스 인수를 통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둬들였다. 우즈벡 정부의 산업정책에 적극 부응해 2008년 북서부 지역 2개 가스전 광구 탐사권을 확보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섬유산업 육성을 위해 국영 섬유회사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1차 사업을 2차 산업,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우인터는 이 같은 정책을 사전에 포착하고 현지 최대 면방기업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우즈벡에서 생산되는 원면은 약 2400만톤으로 중국, 인도 등에 이어 5위권에 속한다. 세계 면화의 5%를 생산한다.

변충섭 대우인터내셔널 법인장은 “우즈벡은 공산품과 농수산물 사업이 많았는데, 원재료를 갖고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며 “우즈벡의 풍부한 부존자원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눈을 돌려 지금은 현지 면방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부하라 면방법인은 연간 4000만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생산된 제품 80%가 해외로 수출된다. 현지 고용효과도 5000명에 달해 우즈벡-한국간 윈윈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대우인터가 생산하는 면방 제품 비중은 우즈벡 생산량의 약 16%를 차지한다. 폐쇄형 국가지만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발굴한 ‘역발상’이 주효했다.

대우인터가 면방공장을 설립하기 전까지 우즈벡은 1차 재래산업이 발달한 국가였다.

한반도의 두배인 국토면적과 금, 아연, 우라늄, 면화 등 각종 부존자원이 풍부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는 전무했다.

중앙아시아 지역 중심부에 위치해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인근 국가 뿐 아니라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등 동부 시베리아 지역과도 인접해 지정학적 측면에서 수출사업 기회가 많았다.

대우인터 부하라법인은 연산 1만2000톤 규모의 방적설비를 토대로 원재료인 원면을 현지에서 전량 조달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CD사, CM사, 합연사 등 저가부터 고부가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CD사는 방적의 준비 공정으로 섬유의 엉클어짐을 풀고 평행 상태로 만드는 소면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실이다. 저가제품이다. CM사는 소면 공정 후, 정소면 공정을 거친 실로 짧은 섬유나 잡물이 충분히 제거되고 긴 섬유만이 평행으로 가지런히 만들어진 제품이다.

대우인터 법인의 저가제품은 수율 90%, 고부가제품은 수율 70%로 현지 최고 공정률을 자랑한다.

대우인터가 보유한 해외판매망만 세계 74개에 달한다. 해외 현지 자원을 바탕으로 수출 모델을 만든 사례다.

◇금융+산업 밀착 융합, 면방산업 고도화

수출입은행의 발빠른 금융지원도 한몫했다. 당시 대우인터의 현지 기업 M&A에 필요한 사업자금과 운영자금 약 3300만달러를 적시 지원해 현지화에 성공했다.

부하라 면방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양산업인 면방사업을 2차 수출 품목으로 고도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 사업을 바탕으로 ‘대우 브랜드’를 안착시켜 다양한 전후방산업에 침투할 기회를 만든 것도 기회요인이다.

실제 대규모 기간산업과 철강, 육상광구 사업 등 제2, 제3의 사업을 연계 추진 중이다.

변충섭 법인장은 “면방산업은 원료를 현지에서 조달해야 경쟁력이 있고 대우인터는 80% 이상을 수출하고 있어 현지화에 성공했다”며 “우즈벡 현지 사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섬유는 사양산업이지만, 우즈벡 현지에서는 기회산업이 된다는 말이다.

면방산업을 필두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우즈벡 한류’를 일으킨다는 목표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면방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즈벡은 외환통제가 심한 국가다. 원료를 갖고 수출하는 유리한 모델이지만 외화부문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출 판로 개척도 쉽지 않다. 대우인터는 현지 정부와 다각적인 협의를 통해 외화부문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 용수 등 다양한 인프라 지원도 논의 중이다.

목화 식민지란 오명에서 ‘면방 수출’이라는 새로운 변신에 한국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하고 있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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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변충섭 대우인터내셔널 법인장

“우즈벡이 보유한 원면 자원을 활용해 해외국가로 수출하는 구조는 쉽지 않습니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20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변충섭 대우인터내셔널 법인장은 지금이야 현지 면방 생산 1위 기업으로 부상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러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이 독립 이후 대우그룹도 중앙아시아 진출했다. 1992년부터 현지에 지사를 설립해 대우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변 법인장은 “당시 공산품 사업 위주의 시장에서 원재료를 활용해 외국 기업이 수출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 이었다”며 “처음부터 자원을 활용한 고부가 전환사업에 진출한 것이 지금으로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면방 사업 투자는 1996년 일찌감치 결정됐다. 다른 국가에선 재래사업이지만 해외기업이 현지에서 면방제품 생산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즈벡 현지에서도 16%의 제품을 대우브랜드가 점유한 셈이다.

변 법인장은 “하드웨어가 아닌 SW혁신을 통해 방적 공정을 선진화했고 국내 금융사와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꾸린 것이 주효했다”며 “원료 현지 조달이라는 역발상을 통해 향후 전후방산업 진출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내륙국이어서 ‘물류 후진국’이란 아킬레스건도 원재료 조달이라는 강점으로 극복했다.

변 법인장은 “섬유사업의 경쟁력 확보가 지금의 목표지만, 다양한 제품을 상용화해 유럽은 물론 세계에 우즈벡-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게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부하라(우즈베키스탄)=


[표]대우인터내셔널 부하라 법인 금융지원 현황

[창간기획 금융+산업 콜라보 현장] <2>대우인터내셔널 부하라 면방법인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