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김제이기자] 최근 한 중학생이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 분석을 통한 예방책 마련과 재활 교육 등 의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부탄가스를 터뜨린 행동보다,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등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했으며, 추가로 흉기 난동도 준비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학생은 학교 상담에서 ‘누군가 찌르고 싶다’는 환상에 시달린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지만, 이처럼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백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행동은 장기간 지속된 우울증, 반항장애, 복합적 후유증이 섞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겪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우울증은 감정과 생각, 신체 상태,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으로 본인의 의지로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우울증, 짜증과 반항으로 나타나
우울증 환자의 약 80%가 수면 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안 증상과 성욕 저하 등의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짜증과 반항이 늘어나면 등교 거부, 성적 저하, 청소년 비행 등의 문제가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유전 질환은 아니지만 우울증이 있는 부모나 형제, 친척이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을 수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별, 외로움과 같은 스트레스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한편, 반항성 도전장애나 적대적 반항장애라고도 불리는 ‘반항장애’는 누군가에게 적대적․반항적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학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는 가정환경과 학교 생활의 부적응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야단맞고 비난받으며 체벌을 가하면 적대적인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때문에 사회적 고립과 더불어 자존감이 낮아져 상태가 심각해진다.
◆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아이들
ADHD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래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경향이 있으며 규율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행동하려는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기도 한다. 입학 시기의 아이가 ADHD 증상이 의심된다면 과거 유아기의 행태를 참고해야 한다.
정확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임신 시 직간접 흡연, 음주,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인공색소와 식품보존제 같은 식품첨가물을 원인으로 꼽는 학자도 있다.
아이들의 폭력에 대해 관대한 문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백승민 교수는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어린 시절 폭력에 대해 관대한 문화를 가진 것이 사안을 더 심각하게 만든 것”이라며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아이들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며 초기에 아이의 상태를 파악했을 때 전문의와 상담해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제이기자 kimje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