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전문 사이트 겸 스마트폰 앱인 ‘탑툰’ 성장이 눈부시다. 작년 3월 첫 서비스를 시작해 이제 1년 6개월을 보냈지만 벌써 1000만명 구독자를 확보할 만큼 거침이 없다. 누적 매출도 200억원을 넘본다. 포털을 제외한 웹툰 전문 사이트 가운데 최다 가입자를 확보했다. 앱과 사이트 수십개가 난립한 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성과다.
탑툰을 서비스하는 김춘곤 탑코믹스 대표는 성장 요인으로 데이터 분석과 고객 맞춤 서비스를 꼽았다. 김촌곤 대표 이력은 웹툰과는 무관했다. 소위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는 보안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보안회사 소프트웨어(SW) 개발자로 출발해 마케팅과 홍보, 영업을 두루 거쳤다. 그러면서 조금씩 경영과 마케팅이 무엇인지에 눈을 떴다.
처음에 직장을 나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웹툰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콘텐츠 주류로 떠오른 장르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그 역시 첫 사업으로 게임 퍼블리싱을 택했다. 하지만 개발사를 만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미와 흥행성을 두루 갖춘 게임이 더러 있지만 입문자에게는 너무 높은 장벽이 쳐져 있었다. 고객 눈높이를 이해 못하는 게임으로는 승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찾은 아이템이 웹툰이고 탑툰이다.
그는 탑툰을 만들면서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했다. 마케팅 비용을 어느 정도 투자하면 회원이 어느 정도 유입되고 어떤 콘텐츠를 가입자가 즐기는지 분석했다. 독자가 어떤 작품을 선호하는지도 데이터에 근거해 엄선했다. 경영학과 마케팅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데이터와 고객 눈높이에서 제품을 만들라는 조언을 깊이 되새겼다. 그간 보안회사에서 영업과 홍보, 마케팅을 하며 쌓았던 노하우도 사업에 녹였다. 결과는 적중했고 회원과 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김 대표는 “1000만 가입자가 넘어선 이후에도 입소문을 타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가입자 1500만명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거둔 성공 여세를 몰아 올해 초 일본과 대만에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 출판만화 시장 50%를 차지할만큼 강력한 일본 만화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김 대표는 “콘텐츠 깊이와 창작자 저변에선 일본이 우리를 크게 앞서지만 웹툰이 새로운 읽기 방식이란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과 대만 양국 모두에서 조금씩 성과도 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양국 독자를 상대로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대응한 덕택이다.
탑툰을 세계 각국 만화 콘텐츠를 잇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장기 비전도 밝혔다.
김 대표는 “그림과 짧은 글로 이뤄진 웹툰은 해당국 언어로 글만 번역하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라며 “세계 각국 독자를 연결시켜 탑툰을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