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G2로 우뚝 섰다. 최근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 엔진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쟁력은 더 이상 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아니다. 단순한 모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졌던 품목과 서비스에서도 중국은 우리 기업을 빠르게 따라잡거나 추월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우리가 앞선다고 자부했던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과 비교분석하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7회에 걸쳐 점검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글로벌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 폭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국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농산물과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제품을 넘어 자동차까지 광범위하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에는 낮은 가격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가했다면 이제는 품질까지 내세워 세계 소비자를 매혹하고 있다.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의미하는 ‘대륙의 실수’가 일시적인 실수가 아니라 중국산 제품이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산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중국의 부상으로 우리나라 주력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국내 주력 산업인 철강·정유(2003년), 석유화학(2004년), 자동차·조선해양(2009년), 스마트폰(2014년)이 차례로 중국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추월당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도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황이다.
중국 발전 전략 시작은 모방이다. 일본과 우리나라 발전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저렴한 인건비와 투자비를 미끼로 해외 기업을 유치해 수출하는 전략을 펼쳤다.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창조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빨리 베껴 중국화하면 그게 창조다.” 마화텅 중국 텐센트 CEO의 말이다. 그는 “모방이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새로운 방식의 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 회장은 창의적 모방으로 오늘날 179억달러를 보유한 억만장자가 됐다. 모방을 하되 기존 모델을 완전히 뒤집은 창조적인 모방이 텐센트 성공비결이다.
창조적인 모방과 과감한 승부수로 중국 기업인은 글로벌 부자로 부상했다. 올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초로 집계한 ‘IT 100대 부자’ 순위에서 많은 중국 IT 부자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32억달러의 재산으로 7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마화텅 텐센트 회장(179억달러·11위), 레이쥔 샤오미 회장(134억달러·16위), 리옌훙 바이두 회장(125억달러·18위) 등이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포함해 100위 안에 모두 20명의 중국 IT 부자가 포진했다. IT 분야 세계 100대 갑부 명단에서 중국인이 5분의 1을 차지한 것이다.
중국 기업 약진 배경에는 기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막대한 국내 수요는 중국 기업의 가장 근본적인 배경이 됐고 중국 정부는 일부 대기업을 통해 철강, 자동차 등 중공업을 발전시켰다. 1980년대 후반 정부 기능 분할 과정에서 많은 대기업이 새롭게 재구성됐으며 1990년대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대기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했다.
중국 정부는 기업에 자금유입, 보조금, 저금리 대출 등 직접적 경제지원으로 기업의 대규모화를 지원했다. 1999년에는 하이얼 등 6개 중점 지원 대상 기업에 연 2000만위안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또 일부 기업에 독점권한을 부여해 대기업으로 성장을 독려했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등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 경제 개발을 위해 외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렸던 중국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처음 전략적으로 접근한 제조업 강국 건설 청사진이다. 중국의 국가상황과 현실에 입각해 10년 안에 제조업 강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외국 기업에 의존해 경제 성장을 하던 데서 벗어나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책 방향을 천명했다. 중국 제조업의 혁신력을 제고하고 정보화, 산업화를 대대적으로 융합해 산업기초를 전략적으로 강화한다.
중국도 한계는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업계를 이끄는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서비스 모델이 확립된 이후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해 추격하는 전략을 취하다 보니 시장을 선도하고 개척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모방’을 중심으로 한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경영 전략만으로는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약점을 우리 정부와 기업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성장의 틀을 깨뜨리는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고 중국이 따라잡기 쉬운 제품에서 첨단소재·장비 위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IT와 결합한 ‘스마트 공장’ 등 제조업 부활을 위한 대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