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섬유로 만든 세계 최초 한국형 전기버스를 인수하려는 중국 타이치(산동태기)그룹 재무·신용 상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미 계약기간이 경과했지만 계약금조차 들어오지 않아 정상적 기업운영과 신뢰성에 의심이 갑니다.”
한국화이바그룹 오너 장남인 조문수 전 한국화이바 대표(한국카본 대표)는 한국화이바 버스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타이치그룹을 향해 인수자격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한국화이바 버스사업 초기부터 2009년 10월까지 한국화이바 대표를 역임하며 전기버스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2001년 ‘틸팅열차’ ‘바이모달’, 저상버스 표준모델 개발에 참여해 사업을 지휘했다. 이후 KAIST 무선충전 전기버스와 배터리 자동교환형 전기버스 사업에도 적극 협력했다. 한국화이바 전기버스에 애착이 많은 사람이다.
조 대표는 “타이치 지주회사와 주력계열사 기업신용리포트에서 한국화이바 버스사업에 가장 연관성이 높은 산둥타이치전동차량유한공사 부채비율 1000%가 넘는데다, 신용등급은 우리로 치면 ‘C’로 신용거래를 피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국가과제로 완성한 전기버스 기술이 중국에 유출도 우려되지만 사업을 잘 이끌어갈 기업인지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지난달 중국 신용평가회사에 의뢰해 타이치그룹 지주회사 타이치투자홀딩스, 타이치전동차량유한공사, 타이치신능원공정연구원유한공사 등의 신용평가 리포트를 받았다. 이들 기업의 중국 내 신용평가는 ‘CR5’ ‘CR6’로 신용거래 회피 또는 담보설정에 의한 신용거래가 가능한 기업으로 분류됐다. 업력 역시 5년 미만인 비상장기업으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재무신용 상태가 말해주듯 지난달 초 한국화이바와 타이치 간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까지도 인수 계약금은커녕 중도금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타이치 측이 한국의 검증된 전기버스사업 인수 이슈 자체를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건 아닌지 관계 당국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180억원 국고가 들어간 국책 연구개발(R&D)사업으로 전기버스가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 조사를 통해 국고 환수 등을 압박해서라도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조 대표는 “2001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과제로 진행한 ‘틸팅열차’ ‘바이모달’ 저상버스 표준모델 개발을 통해 지금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복합소재, 차체설계, 배터리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완성됐다”며 “세 차례 진행된 과제는 정부지원금 180억원 등 총 1600억원 민간자금과 기술로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제가 아니었다면 지금 탄소섬유를 장착한 저상 전기버스를 만들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한국화이바 버스사업부를 한국기업이 인수하도록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조 대표는 “중국 타이치 이외 한국기업 컨소시엄도 비슷한 수준 가격을 제안하며 이번 인수경쟁에 참여했다”며 “한국기업 컨소시엄 역시 자금력뿐 아니라 전기버스 사업에 시너지를 발휘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굳이 중국에 넘기려고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타이치 계열사 기업신용보고서와 한국화이바 전기버스가 국책과제로 개발됐다는 근거자료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기술보호협회 등에 전달해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한국화이바 2대주주로서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을 해서라도 중국에 넘어가는 걸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