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기업 해외 생산기지를 지렛대 삼아 소재부품 수출 경로를 확대하는 정책을 마련한다. 나홀로 고공행진 중인 소재부품 수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2015년 소재부품산업주간’ 전후로 소재부품 글로벌기업 수출 확대 전략을 수립, 발표한다.
소재부품은 전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세를 이어가는 산업이다. 상반기 소재부품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0.5% 증가한 134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2.6% 감소해 무역흑자 533억달러를 달성했다. 무역흑자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역흑자 1000억달러 달성이 무난하다.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대일본 수입의존도도 낮아지는 추세다. 사상 최저 수준인 16.9%로 떨어졌다.
불안 요인도 있다. 최근 소재부품은 베트남으로 수출이 빠르게 늘어났다. 상반기 베트남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일본 수출은 12.7% 줄었다. 베트남이 일본·홍콩을 제치고 제3위 수출 시장으로 올라섰다.
베트남 수출 증가는 삼성전자·LG전자·두산중공업 등 한국 대기업의 현지 생산거점과 투자 확대에 힘입은 바가 크다.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중남미 등도 적지 않은 수출물량이 한국 기업 생산기지에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디스플레이·자동차 해외 생산기지의 한국 원부자재 조달 비중은 25~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초기 소재부품 수출에는 긍정적이나, 장기적으로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이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현지 소재부품 조달 물량을 늘리면 수출 기회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
산업부는 장기적으로 현지 조달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대신 글로벌 제조기업으로 수출 확대를 모색한다. 한국 기업 해외 생산기지 공급 실적을 토대로 현지에 진출한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 수출 경로를 개척한다. 글로벌 기업의 해당국 생산기지뿐 아니라 다른 나라 기지로 수출도 지원한다.
수출 유관기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중소 소재부품기업 해외 진출 다각화를 돕는다. 기존 소재부품 글로벌파트너링(GP) 사업을 확대해 맞춤형 수출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소재부품 수출 증가세는 긍정적이지만 위험 요인도 함께 갖고 있다”며 “상승세가 꺾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