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확산일로인 원격 해킹 우려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부 통신망 및 스마트폰과 연동한 커넥티드카가 확산되면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화두로 부상했다.
미국은 빠르면 2018년부터 자동차 보안 규제를 법제화한다. 이에 대응하려면 해킹을 차량 내부에서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부품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동차 업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최근 차량 내에서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보안 칩 자체 개발에 나섰다.
도요타가 개발하는 차량 보안 기술은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보호하는 TPM(Trusted Platform Module) 표준을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 안전에 영향을 끼치는 파워트레인 제어 등 핵심 정보를 외부 통신망을 이용해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도요타는 자국 IT 업체인 후지쯔와 공동으로 이 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프 체로키에 이어 테슬라 전기차 모델S까지 원격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차량 내 물리적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며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차량 보안 법제화에 대비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체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해킹 위험이 급속히 불거지면서 국가 차원의 보안 강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자동차 사이버 보안 법제화 방침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강화된 차량 보안 규제는 빠르면 2018년부터 발효될 전망이다. 이는 차량 보안이 수출 및 판매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강화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부품 가격이 높다는 데 있다. 인피니언, 프리스케일, 르네사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이미 차량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칩은 보안 기능이 빠진 제품에 비해 최대 열 배 이상 비싸다. 부품 원가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프리미엄 모델보다는 중저가 브랜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차량 보안 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 커넥티드카 서비스 및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현대·기아차와 국내 부품업체도 차량 해킹에 대한 관심과 방지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