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용도 맞춤형 특화 웨어러블 기기가 뜬다

고성능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시장에 용도 맞춤형 특화 기기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쓰임새로 알려진 운동·활동량 추적부터 아동 미아 방지, 반려동물 건강관리,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틈새시장이 이뤄졌다. 고객층과 시장 수요, 용도가 명확해 앞으로 소규모 틈새시장 수준을 넘어 주요 신규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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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달구는 화두는 ‘애플워치’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6일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당시 프리스비 명동점에는 오랜만에 300여명이 새벽부터 줄을 길게 늘어서며 애플워치에 대한 시장 관심을 반영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 사이에선 애플워치보다 더 ‘핫’한 웨어러블 기기가 있다. 바로 스타트업 리버스가 출시한 아동용 미아방지 스마트밴드 ‘리니어블’이다. 커피 한 잔 정도 가격에 불과한 5000원에 블루투스와 크라우드 소싱 기반 아동 위치 인식 기능으로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며 연일 수요 증가세다.

화려한 디자인과 다양한 첨단 기술 대신 미아 예방이라는 용도에 특화한 맞춤형 기능만을 담아 가격을 낮췄다. 각종 최신형 고성능 스마트워치·밴드를 제치고 웨어러블 기술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한다.

◇미아방지부터 반려동물 관리까지

국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리니어블은 가장 적정한 가격(affordable)의 웨어러블 기기로 꼽힌다. 블루투스 비콘으로 아이 위치를 인식해 보호자 스마트폰에 표시하고 일정 거리 이상 벌어지면 알람이 울린다. 주변에 같은 리니어블 앱 사용자가 있으면 위치 정보 크라우드 소싱으로 감지 범위가 더 늘어난다.

이음새 없이 둘러싼 무독성 실리콘으로 구현한 방수·방진 성능, 제품 활성화 이후 1년 동안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등 필수 기능에 집중해 5000원으로 가격을 맞췄다.

노르딕세미컨덕터 초저전력 블루투스 시스템온칩(SoC) nRF51822를 사용해 3볼트(V) CR2032 코인셀 시계용 배터리로 1년 이상 제품이 작동할 수 있다. 노르딕도 미아 예방이라는 공익적 성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제품 개발에 적극 협력했다.

최근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앤컴퍼니와 제휴를 맺고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지난달 말부터는 롯데마트 내 디어베이비 매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올 12월 출시 예정인 시각 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닷(Dot)’도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웨어러블 기술로 사용 편의성을 대폭 향상한 것은 물론이고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기존 점자정보단말기 대비 10분의 1 수준인 20만~30만원대 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향후 양산성을 높여 15만원대 이하로 제품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네오디뮴 소재로 만들어진 24개 점형 자석이 상판에 자리해 전기신호에 따라 돌출되며 점자를 형성한다.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 가능하도록 소형화를 위해 일체형 멀티 액추에이터 모듈을 자체 개발했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도 애견인 사이에서 호평 받고 있다. 일종의 반려견용 액티비티 트래커 ‘펫피트’다. 대학생 벤처기업이 개발하고 SK텔레콤이 공동으로 상용화에 나섰다.

목줄에 달아두면 반려견 활동량과 수면패턴을 측정·분석해 블루투스 연동 스마트폰에 정보를 표시해 준다. 혼자 있는 동안 얼마나 움직였는지 알 수 있고 견종에 맞는 활동 가이드도 제공한다.

◇저렴한 가격·공익적 성격으로 관련 캠페인도

유엔 산하 국제아동구호기구(UNICEF)는 지난 5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Advanced RISC Machines), 산업디자인 전문 업체 FROG디자인 등과 저개발국 아동과 여성을 위한 아이디어 ‘웨어러블 포 굿’을 공모하고 있다. 적정한 가격과 기술의 웨어러블 기기로 세계에 산적한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취지다.

저개발국 여성 임산부와 신생아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난민캠프 아동 영양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집해 제품화에 필요한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할 계획이다.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든 닷 등도 프로젝트에 참가해 실용적이고 보다 저렴한 제품 개발에 나선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가 스마트워치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사용할 이유를 몰라서’다.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각종 스마트워치 출시가 봇물을 이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에게 명확한 이용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비싼 가격과 부족한 디자인 등 답변이 이어졌다.

용도별로 특화한 웨어러블 기기는 현재 틈새시장 정도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명확한 만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IT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뿐만 아니라 해당 기능이 필요한 일반 소비자층으로 웨어러블 기기 확산을 이끌 전망이다.

김주윤 닷 대표는 “웨어러블 기기 자체가 아닌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며 “유니세프 ‘웨어러블 포 굿‘에 특화한 웨어러블 기술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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