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로 발전한 식량산업은 현재 지구 인구보다 많은 120억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는 수준에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인구 10% 이상인 8억명은 기아상태에 있고 매년 수백만명이 굶주림에 목숨을 잃는다.

김근하 인탑스 대표가 추천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이 같은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실태와 배후 요인을 유엔 식량특별조사관 출신 저자 장 지글러가 대화식으로 쉽게 풀어쓴 책이다. 해마다 막대한 규모의 자선구호 기금이 쌓이고 기부금이 세계 곳곳으로 전달되지만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제적인 기아 문제에 대해 ‘왜?’라는 의문이 그가 책을 집어 들도록 했다.
김 대표는 “기업가로서 성장하며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사회에 환원하고자 다양한 지원방안을 찾아봤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전달하는 데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책을 읽게 된 계기를 밝혔다.
책에서는 정권 유지에 급급한 현지 정부의 부정부패와 구호 전달과정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식량이 남아돌더라도 수익성 유지를 위해 가격조절에 들어가는 자본주의 시스템 등과 함께 총체적으로 얽혀 기아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견 제조업체를 이끄는 김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벌어 기부하는 금전적 지원을 넘어 세상과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최근 시작한 ‘페이퍼 프로그램’ 역시 그 일환이다. 30년 이상 쌓은 제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다.
김 대표는 “아무리 돈을 써봤자 기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사회 시스템이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아이디어 기획부터 기존 시스템에 문제의식 가지고 빠르게 이를 실현해 나가는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빠른 변화에 적응이 쉽지 않은 중견기업이지만 스타트업과 함께 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와 동력을 수혈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함께 생각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변화 과정에 동참해 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앞선 세대가 고생해 일군 기반 위에 우리가 클 수 있었고 사회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 그 기회가 더 많은 분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