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사라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골 외갓집이나 친척집에 머무르는 일은 여름방학의 단골 코스였다. 하지만 이제 여름을 즐길 시골 자체가 많지 않다. 대부분 지역이 도시화된 탓도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골에 남아 있는 외가나 친가 어른도 적어졌다. 한여름 수박서리, 개울 멱감기 같은 추억을 아이에게 전해주기도 그만큼 어렵다.
한국민속촌 ‘시골 외갓집의 여름’은 시골에서 보내는 여름 추억을 재현한 프로그램이다. 27일부터 9월 6일까지 72일간 경기도 용인시 한국민속촌 일대가 거대한 시골 마을로 변한다. 건강하면서도 특별한 여름나기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나무를 이용한 천연 장난감 ‘잠자리채 만들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등 이목을 끄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전통 부채 만들기와 단소 만들기는 장인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
휴양 프로그램으로도 제격이다. 민속촌은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줄 시원한 얼음골을 준비한다. 몸에 좋은 약재를 우려낸 얼음물로 즐기는 ‘얼음 탁족 체험’도 마련했다. 차가운 물 한 사발로 즐기는 등목 체험은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하다. ‘얼음 평상’도 추천 코스다. 12개 관빙 얼음으로 채워진 얼음 평상이 뼛속까지 시원함을 전한다. 시골의 옛스러움과 휴양 재미가 남녀노소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이번 행사 백미가 될 ‘이놈 아저씨’는 이미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장님네 수박을 서리한다는 콘셉트로 ‘아슬아슬 서리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무서운 아저씨를 피해 몰래 수박을 서리해야 한다. 민속마을 최고 꿀맛 수박으로 이름난 이장님네 수박을 짜릿한 서리로 경험할 수 있다. 행사 기간 주말마다 민속마을 19호 큰 밭이 수박밭이 된다.
이놈 아저씨 외에도 행사 기간 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언제나 해맑은 ‘광년이’, 어설픈 진지남 ‘청년백수’, 구수한 새참배달부 ‘부녀회장’이 마을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최근 구미호와 기생 등 재미있는 캐릭터를 배치해 인기를 모은 한국민속촌의 올여름 야심작이다.
민속마을 42호, 43호 밭에서는 농기구로 직접 나만의 농작물을 캐서 화분에 심을 수 있다. 시골 할머니네 텃밭에서 농작물을 캔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시골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냇가다. 40호 옆 냇가에서 천렵 체험과 올챙이 잡기 등 시골식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3000원을 내고 ‘우리가족 올챙이 잡기 대회’에 참가하면 키우기 키트도 제공된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자라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체험학습 도구로 유용하다.
꾸미는 재미도 있다. 민속마을 9호 앞 정자에서는 ‘천연 네일아트’인 봉숭아 물 들이기를 체험할 수 있다. 천염염색 체험으로 나만의 손수건과 스카프도 만들어볼 수 있다. 은은한 자연의 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구전동화 구연이 펼쳐지는 놀이터, 걷기만 해도 정취가 느껴지는 황톳길 등 별 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즐길 거리가 많다. 삼계탕, 십전대보탕 같은 보양식, 미숫가루, 도토리묵 같은 여름철 별미도 알차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