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기기나 전선에 사용되는 전기절연물 하나로 글로벌 시장을 휘감은 우리나라 기업이 있다. 전력 외부 유출이나 사고 예방에 필수적이어서 전기를 쓰는 한 수요는 거의 무한에 가깝다. 수입에 의존해 오던 것을 국산화시킨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젠 글로벌 선두권 기업과 어깨를 다툰다. 해외시장을 뚫으며 쌓은 기술력은 최강급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전기산업계 대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스웨코(대표 이경호)는 최근 1200도에서도 절연 특성을 유지하는 전선용 마이카테이프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LS전선을 통해 기술검증까지 마쳤다. 지금까지 850~1000도에서 2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글로벌 선두업체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다.
마이카테이프는 여느 테이프처럼 감는 형태의 절연물로 운모(雲母)를 분쇄한 다음 레진코팅 공정과 각종 화공기술을 더해 완성된다. 이 제품 개발은 단순한 성능 향상 수준이 아니다. 더 높은 온도와 전압에도 견딜 수 있게 됨에 따라 중전기기·전선 제작 시 종전보다 적은 량의 절연물이 투입한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경량화, 소량화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돕는다. 가격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20~30% 저렴하다.
스웨코는 원석 가공부터 제품 개발, 생산 공정까지 완제품 양산이 가능한 우리나라 유일의 마이카테이프 업체다. 1974년 설립해 꾸준한 설비투자와 기술개발로 1980년대 전기절연물 첫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지금은 4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수원과 구미공장에서 생산한 마이카테이프만 연간 600톤에 달한다. 지난해 320억원 매출 중 80억원이 해외 매출로 올해 100억원 수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지멘스 유력공급사인 100년 전통 스위스 본롤(Vonroll)과 오스트리아 이소볼타(ISOVOLTA) 등 선두기업과 비교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조금 뒤지지만 기술력만큼은 최강자로 꼽힌다.
스웨코는 효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LS전선 등 우리나라 기업뿐 아니라 넥상스(프랑스)·프리스미안(이탈리아)·메이덴샤(일본)·히타치중공업(일본) 등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공급할 예정이다. 수출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스웨코 기술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유력 중전기기 업체와 마이카테이프 개발·양산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소재와 절연 기술이 투입되는 차세대 전기전연물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세대 기술 확보는 물론이고 안정적 대형 공급처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이경호 스웨코 대표는 “운모를 원석 그대로 제품 특성에 맞는 입자 크기로 분쇄하는 기술과 화공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해외 유수 업체보다 뛰어난 기술로 자신한다”며 “LS전선과 고성능 양산형 마이카테이프를 개발한 데 이어 글로벌 중전기 업체와 차세대 전기절연물 합작 개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기술 도용을 우려해 특허출원도 하지 않을 만큼 획기적 기술로 자신한다. 지난해 20억원을 투입해 구미와 수원공장에 흩어져 있던 기업부설연구소를 통합해 아시아 최대 규모 전기절연물 테스트 설비를 갖췄다.
해외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해외생산도 나섰다. 중국과 멕시코 현지에 가공·생산 공장을 세워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2년 전 이탈리아에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멕시코 법인을 만들어 브라질 등 중남미 백색가전 시장을, 중국에는 생산법인과 물류센터를 세워 시장확대에 발빠르게 대응할 전략이다.
이 대표는 “이르면 내년에 중국과 멕시코에 법인을 세울 계획으로 현지조사에 착수했다”며 “본롤과 이소볼타와 경쟁에서 마이카테이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높인 데다 우위 기술을 확보한 만큼 내년부터 보다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