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가동하고 후회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효용이 확실하니까요. 홍보를 강화하고 몇 가지 문제만 개선하면 가정용 태양광시스템은 수출산업으로도 육성할 수 있습니다.”
안형근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알아주는 태양광발전 전도사다. 학교에서 태양전지·모듈 성능과 효율 향상을 위한 발전소 설계 방법 등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태양광 발전을 권유하느라 바쁘다. 학교 연구동에서 수백개 모듈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최근엔 자신의 집에도 설치했다. 직접 사용해봐야 효과나 개선사항을 더욱 세밀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동주택에 맞게 미니 태양광사업에 참여했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시 지원과 자기부담으로 태양광 모듈 3장, 총 720W(와트)를 베란다에 걸었다.
안 교수는 “지금까지 대만족”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엔 한 달 평균 300㎾h 넘게 사용했지만 태양광 발전을 시작한 이후 약 140㎾ 내외로 줄었다. 똑같이 사용하고도 소비량이 절반으로 준 셈이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2만원 안팎 절감효과가 났다. 설치비용으로 100만원을 투자했으니 4년 조금 지나면 본전을 뽑는 셈이다. 태양광 모듈 수명이 25년인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20년은 수익 구간이다. 발전수익을 늘릴 수 있는 요령도 소개했다. 비법은 태양광 모듈 설치각도다. 그는 모듈 설치각을 각각 60도, 45도로 달리했다. 지면에 좀 더 눕는 45도 모듈 효율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는 달랐다. 쌓이는 먼지와 이물질 양이 늘면서 효율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60도로 태양광 모듈을 세우거나 모듈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게 먼지 제거를 해주면 효율이 좋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사용해보니 개선점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디지털 계량기 정보 표시 방식을 가장 먼저 짚었다. 디지털 계량기는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 사용량보다 많을 때 즉 생산한 전력이 한국전력에 역전송될 때 이를 처리하지 못한다. 만약 현재 10㎾h 전력을 쓰면서 태양광으로 20㎾h 전력을 생산해도 계량기에 표시되는 소비량은 0㎾h다. 10㎾h 발전량에 대한 보상을 사실상 받지 못하는 셈이다. 기존 아날로그 계량기는 전력을 생산 또는 소비할 때 계량기가 반대로 돌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다.
인버터 보증 기간이 짧아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태양광 모듈 무상 보증기간은 10년인 데 비해 인버터는 5년이다. 모듈보다 인버터 수명이 짧고 고장이 잦은 것을 감안하면 발전설비 운영 기간 동안 인터버 구매 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비자에게 또 다른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홍보에 신경 쓴다면 가정용 태양광 발전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가정용 태양광 수요가 늘고 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파트너 설비’가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기술발전으로 설치비용을 내리고 워런티 기간을 연장하는 동시에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앞으로 ESS 등 기기와 결합한 수출상품으로 키울 수 있으며 그런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