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짜` 유혹 받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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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이란 말이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경쟁에 도태되거나 퇴출돼야 할 기업이 정부사업으로 연명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창업생태계가 확대되면서 정부는 물론이고 대학, 대기업까지 경쟁적으로 창업보육사업을 벌이고 있다.

벤처기업 대상 정부 지원 사업이 마냥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가 많아서 한 달에 며칠은 꼬박 서류작업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해 스펙만 쌓아가는 ‘체리피커’를 골라내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절차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투자 유치보다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은 달콤한 유혹이자 쉬운 도피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가장 절박한 순간에 정부 지원 사업으로 ‘수혈’ 받는 것은 스타트업의 집중력을 해치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 스타트업은 비즈니스모델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정부 지원 사업을 하면 제대로 된 역량을 키울 수 없다고 했다.

비슷한 사례로 얼마 전 중국을 다녀온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국 현지 피칭대회에 참가한 한국 스타트업의 준비자세가 크게 부족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어눌한 중국어와 발표 중간에 끊기는 화면과 내용을 보고 실망을 했다. 그 관계자는 만약 대회가 아니라 투자자 앞이었다면 두 번째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대회 참가비용도 대기업이 냈다.

중국 이야기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나 대학에서 발탁된 스타트업이 마치 ‘견학’하듯이 회사를 다녀가는 풍경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정부나 기업이 이벤트식 사업경쟁으로 스타트업을 길들이는 것을 걱정했다.

정부 지원 사업이나 무료를 표방한 각종 혜택은 스타트업에게 달콤한 사탕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탕만 물고 있어서는 밥을 먹을 수가 없다. 밥을 먹기 위해서는 사탕부터 뱉어야 한다. 차라리 사탕이면 다행이다. 그 단맛이 ‘독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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