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업, 기준이 애매하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게 핀테크 벤처기업 자금 지원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실무 현장에서는 핀테크 기업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최근 ‘핀테크 기업’으로 위장해 저금리 대출혜택이나 투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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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 자료 사진 출처 : 전자신문

시중은행 여신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장려하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과 전혀 연계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생체인증 기업도 핀테크 기업이라고 말하는데 기술금융을 적용해 저리 대출을 해줘야 하는지 판단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1월 말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기업은행에게 2015년 안으로 1000억원씩 핀테크 업체에게 대출이나 투자 등 다각적인 형태로 자금조달을 하라고 지시했다.

5월말까지 두 은행이 핀테크 관련 기업에 시설 및 운영자금을 지원한 금액은 산업은행이 540억원, 기업은행이 276억원이다.

기업은행은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컴퓨터프로그래밍 업체, 데이터 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체,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업 등 49개 업체에 약 276억원을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사, 전자상거래, 지급결제서비스 등 업체 8곳에 54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혁신성 평가항목에 핀테크 기업 지원 여부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같은 특수은행뿐 아니라 일반 시중은행까지도 핀테크 기업에 자금 지원을 늘려야하는 압박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핀테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 보면 전혀 핀테크가 아닌 기업이 방문해 핀테크 기업이라고 우기며 금리혜택이나 자금지원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어 은행 측에서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 혁신성 평가의 주요 항목 중 하나인 기술금융 실적을 올리기 위해 기존 중기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전환하거나 담보대출을 기술금융으로 위장한 사례로 지적받았던 ‘기술금융의 나쁜 선례’가 핀테크 기업 자금지원 현장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핀테크 기업 지원으로 둔갑해 ‘보여주기식’ 실적 올리기에 급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마련하기 보다는 시장을 넓혀가는 차원에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을 정의 내린다는 것 자체가 핀테크 기업 발전을 가로막는 조치”라며 “일단 시장 저변을 넓혀나가는 차원에서 핀테크 기업의 분야를 한정 짓지 않고 자금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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