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원격대)이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 속에 국경 없는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을 준비한다.
대학 변화가 제도만이 아니라 강의 현장 모습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수업하는 ‘블렌디드 학습법’의 확산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고등교육 저변확대와 평생교육 담당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사이버대는 국내 대학 구조조정 요구에 대응하고 ICT 발달로 인한 새로운 교육 수요 창출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위기냐, 기회냐’ 대학구조조정 시대에 사이버대
국내 대학가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생 인원수 감소, 교육부 대학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미래 교육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교육부와 대학 모두의 책임이다. 이로 인해 대학 사이에서는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지고 학과통폐합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이버대는 2001년 설립 초기부터 성인교육, 평생교육, 전문자격증 교육 등 실질적인 교육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20여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 각각 10만명을 넘어섰다.
사이버대는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콘텐츠 및 운영 차별화를 내걸었다. 일부 부실운영 등 문제를 지적받은 원격학점은행기관과 차별화를 강화하고 사이버대학만의 콘텐츠 질 제고에 나섰다. 이를 위해 매 학기마다 학생으로부터 강의 콘텐츠 평가를 실시해 하위권을 기록한 강의는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등 학습콘텐츠 질 향상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시간제 입학생 관리와 질 제고도 혹독하게 실시한다.
사이버대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신규 교육 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고려사이버대는 기계제어, 전기전자공학 등과 사이버대에서 할 수 없다고 여기는 실험을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실험실로 해결하고 이공계 학과를 사이버교육으로 끌어왔다.
사이버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을 통한 산업계와의 연계 교육과정 운영으로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 공급한다.
◇사이버대 영토 확장
메릴린치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에 등록돼 교육받고 있는 사람은 8400만명이고 2025년에는 1억6000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새로 늘어나는 고등교육 수요 절반인 4000만명은 인터넷으로 교육 받는다고 분석했다.
국내 교육시장은 인구 감소와 해외 수요 확대로 글로벌 진출이 공통과제가 됐다. 그동안 국내 온라인 대학의 해외 교육시장 진출 현황은 크게 세 가지로 △해외 온·오프라인 대학과의 복수학위 등 공동운영 프로그램 △정부 주도 해외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 운영 사업 추진 △대학 자체 개발 콘텐츠의 해외대학 제공 활용 등이다.
사이버대는 단순히 해외 대학이나 교육기관과의 교류, 협력 사업에서 나아가 700만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교육 사업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말 한국원격대학협의회가 주축이 돼 8개 국내 사이버대는 공동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홍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유학, 이민 등으로 부득이하게 고등교육을 마치지 못했거나 지식 습득을 원하는 중장년층 교육 수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이버대는 미국 내 이민 1·2세대를 시작으로 해외 거주 한국인 및 사이버대학에 입학하는 외국인을 위한 교육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이버대는 10여년 이상 온라인 교육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온 만큼 이를 한국형 무크(MOOC, 온라인대중공개강의)플랫폼 구축에 활용하고 나아가 오프라인 대학과 공존하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세계적 대학이 앞장서서 무크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온·오프라인 대학 간 적극적 협력과 콘텐츠 개발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초창기 사이버대학이 사회적 인식 부족과 학사운영 시행착오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혜롭게 잘 극복해왔다”며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응하는 평생교육전문및 열린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법령 정비와 전 국민 인식제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