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기회의 땅 이란을 잡아라.”
우리나라 중소·중견-공기업이 연합체를 형성해 곧 서방 선진 6개국 경제제재로부터 13년 만에 풀려날 것으로 보이는 이란 전력·에너지시장을 노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란에서 ‘기술 한류’를 앞세워 낙후된 인프라 개선 수요를 잡을 전략이다. 원유 수입처 등 향후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구조에까지 변화를 줄 수 있어 에너지 공기업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한국 기술 배우자”
이란 최대 국영전력회사 ‘마프나(MAPNA)’와 계열사 구매담당 바이어가 한국을 이달 말 방문한다. 금수조치 해제를 앞두고 이뤄지는 방문이라 국내외 관심이 높다. 한국 발전공기업 초청 형식을 띠면서 내용적으로는 중소 협력사 기술을 벤치마킹하거나 우수 제품을 구매하려는 성격이 짙다. 이란 방문단은 한국 발전소 현장을 방문해 우리나라 관련 기술 수준과 중소기업 제품 품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한국서부발전은 한국기계산업진흥회와 함께 이달 29일부터 나흘간 태안화력발전본부에서 이란 마프나 바이어 초청 견학 및 수출상담회를 진행한다. 마프나 및 관련 계열사 구매담당 바이어 10여명과 한국 측 중소기업 기술·마케팅 담당자 20여명이 함께해 수출상담과 함께 벤더 등록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참여 중소기업은 마프나 벤더 등록을 시작으로 이란 금수조치 해제 이후 시장을 본격 준비한다.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이후 막혔던 경제·실물 교류가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한다. 이란은 중동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신흥시장으로 평가 받고 있어 교역 재개방에 따른 경제 유발효과가 큰 지역이다. 인구가 8000만명으로 사우디아라비아 3배에 달한다.
◇韓 중소기업이 ‘앞장’·공기업은 ‘뒷심’
이번 행사도 중소기업 요청으로 첫단추가 꿰졌다. 중소기업이 마프나 바이어와 만남을 추진하던 중 공기업과 기관 지원이 더해져 성사된 케이스다.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에너지환경기술박람회(WETEX)에 우리나라 21개 중소기업이 참가했고, 여기 참가한 이란 바이어가 한국 중소기업 전문성과 기술력을 눈여겨 봤고, 관심도 표명했다.
전시회 이후 참여 기업 중 한곳인 화인유니켐이 이란과 직접 접촉했고, 바이어와 직접 만남을 위해 태안화력에 요청하면서 급진전됐다. 태안화력 발전소 초정까지 연결된 셈이다. 화인유니캠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및 발전플랜트 분야에 히팅케이블을 공급해오던 회사로 신규 시장 개척 차원에서 이란 시장을 두드려왔다.
서부발전은 올해 WETEX 중소기업 참여 지원을 주도하면서 이번 작업을 이끌었다. 발전공기업 6사는 1년 주기로 돌아가며 중소기업 해외전시회 참가를 도와주고 있다.
이란 마프나 바이어는 나흘간 일정으로 친환경 석탄화력발전소인 석탄가스화복합화력(IGCC) 설비를 둘러볼 예정이다. 국제적으로도 몇 없는 최첨단 발전설비 현장을 둘러보며 여기 들어간 우리 중소기업 제품 도입 가능성도 타진한다.
송영철 화인유니캠 대표는 “이번 한국에 오는 마프나 바이어는 벤더 등록 권한까지 갖고 있다”며 “이란 국영 전력기업 벤더등록을 발판으로 금수조치 해제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꼭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