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 때문에 만난 분이 스스로를 ‘콘텐츠 전문가’로 자처했었다. 전문가란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그 분이 전문가였는지는 의심스럽다. 남들이 알아줄 만한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해당 경력이 길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속해있던 집단 중에서는 그나마 콘텐츠 분야에 얼굴을 좀 더 내민 수준이랄까.
이처럼 전문가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상기에 언급한 것과 같이 폐쇄적이거나 잘 알지 못하는 집단 사이에서 남보다 손톱만큼이라도 더 아는 정도를 전문가로 칭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전문가라는 말 앞에 붙는 분야 자체가 워낙 광범위해 거의 사기처럼 들리는 경우다.
두 번째의 경우는 어떤 분야든 흔하다. 예를 들어 게임 분야에서는 수만 명의 전문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게임은 크게 게임 제작과 게임 마케팅, 게임 운영, 게임 서버, 게임 미디어 등 수많은 기술적인 문야로 나뉜다. 게임 제작만 하더라도 ▶장르에 따라서는 캐주얼/전략/RPG 등 무수한 분야로 나뉠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2D 게임이냐 3D 게임이냐에 따라 확연하게 분야가 나뉜다. 좀 더 따지자면 개발자 중에서도 게임기획 전문이 있을 것이고 평생을 그래픽에만 매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임만 하더라도 다른 분야로의 확장이나 역할 이전은 그리 쉽지 않다. 평생 2D RPG만 만들어온 개발자가 어느 날부터 모바일게임 마케팅을 담당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런 식으로 따지다면 결국 업계 종사자 하나하나는 ‘업종+장르+기술’이라는 요소가 복합되며 모두가 전문가라는 결론이 나온다. 마치 당신이 지구상 최고의 당신 스스로의 전문가인 것 처럼. 그래서 최소한 전문가라는 말을 쓰려면 성공사례가 필수다. 여기에도 물론 함정은 있으니, 성공한 어떤 분야에는 자신이 그 성공을 만들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씩이나 존재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전에도 지적했듯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의 측면만이 아니라 제네럴리스트(Generalist)의 면모를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동희라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전동희 전문가인 것은 맞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00분야의 00전문가’도 아닌 ‘콘텐츠 전문가’라니. 이런 오만이 있을 수 있을까. 마치 자신을 `인생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경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기저기 많이 떠돌았다. 그리고 전문가로 자처할 만큼 오랜 기간을 한 분야에서만 활동해온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문가 운운하면 손사래를 쳐왔다.
전문가라는 말은 결국 자신이 붙이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칭호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변에서도 착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분야를 잘 아는 핵심 인물을 추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로 보인다.
필자소개/ 전동희
게임펍(game pub) 전무(cancell@naver.com). 신문기자로 시작해 주간지, 웹진, 방송, 인터넷, 게임사업까지 거친 ‘TFT 전문 저니맨(journey man)’. CJ 미디어 게임채널, 그래텍(곰TV) 등에서 근무했다. SF소설과 록음악, 스포츠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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