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스토리지를 제조하는 국내 컴퓨팅 장비 업계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 신청 준비에 분주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적용될 경쟁제품 신청 마감일이 이달 30일로 확정됐다.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은 국내 제조기반을 갖춘 중소기업을 공공시장에서 우대하는 제도다. 중기청장이 중기 판로 지원을 위해 품목을 지정하면 해당 품목에 한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입찰에 대기업·중견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관심을 끄는 것은 고사 직전인 국산 컴퓨팅 장비 업계에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강국을 내세우고 있지만 서버·스토리지 같은 컴퓨팅 산업 현실은 초라하다.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 안팎이다. 그나마 서버가 5% 정도 점유율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데이터 저장소인 스토리지는 사실상 국내 기반이 전무하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민간과 공공분야를 가리지 않고 보편화돼 있다. 이우현 의원이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통합전산센터조차 외산 서버 비중이 95%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이 날을 세우면서까지 자국 컴퓨팅 산업을 보호·육성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중기경쟁제품 지정이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산 제품 약세는 시장 경쟁 결과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현행 제도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요구라며 당위성을 강조한다. 심각한 불균형이 제도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호소한다.
중기 경쟁제품 지정 문제는 작년 추가 지정 때 이해 당사자 간 의견이 팽팽히 엇갈려 무산된 바 있다. 외산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 업체 쪽에서 또 다른 중기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심사가 진행되면 격론이 예상된다. 이해득실만 따질 것이 아니라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 유통 중기 피해 문제뿐 아니라 국내 제조 기업 경쟁력을 되살리는 방안 역시 시급하기 때문이다. 건설적인 혜안과 해법이 절실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