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에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MS는 2012년에도 국방부에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각오였으나 이듬해 양측이 국방 IT분야 선진화 업무협약을 맺으며 원만히 타결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MS가 최근 한전에 배전지능화 정보시스템에 적용된 ‘MS SQL’ 2005와 2008 버전이 라이선스 계약을 침해했다며 안정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MS가 요구하는 안정화는 과거 사용자수 기반으로 한 계약을 디바이스(기기) 기준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한전은 MS SQL 2005와 2008 버전을 구매할 때 서버당 다섯 카피, 700대 서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총 라이선스 규모는 3500카피다.
배전지능화 시스템은 한전 주업무인 배전 기능을 원격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국가 주요 시스템이어서 접근 권한을 가진 사용자가 한정돼 있다. 한전 관계자는 “41개 배전센터에서 2인 4교대로 근무하는 인력과 본부부서 일부 인력이 배전지능화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며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500명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전에 맺은 3500카피 계약 규모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한국MS가 요구한 안정화 기준을 적용하면 디바이스 수를 기준으로 삼는 CAL 정책에 따라 라이선스수는 8만5000카피로 늘어난다. 배전 관련된 임베디드 단말기 등 현장 기기를 모두 디바이스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SQL과 관계없는 현장 개폐기까지 디바이스에 포함시켜 라이선스 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장 모든 기기가 직접적으로 SQL에 접속되는 것이 아니고 별도 중간장치를 통하게 돼 있다”며 “SQL에 접근하는 기기는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한전은 2005와 2008 버전 계약 당시 제시하지도 않았던 CAL 정책을 7년이 지난 후에 적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MS 안정화 요구와는 별개로 시스템 고도화 차원에서 2014 버전 구매를 검토해왔다”며 “고도화에 필요한 추가 계약체결 시에는 CAL 정책이든 뭐든 한국MS가 제시하는 정책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CAL 정책을 이전 계약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억지”라고 토로했다.
한국MS가 한전에 라이선스 위반에 따른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방부와 한국MS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한국MS는 국방부 CAL 문제를 제기하면서 2100억원 추가 사용료를 요구했다. 이후 130억원 일괄구매계약(EA)도 요구했다. 국방부는 모두 거부했다. 국방부와 한국MS는 현금거래 없이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하자는 조건으로 최종 합의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한국MS는 한전과 라이선스 관련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소송을 준비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다. 실제로 한국MS가 라이선스 문제로 정부부처나 공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없다. 한국MS 관계자는 “한전과 협의해 향후 진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전도 내부 법무실에서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음 주 중 방안이 마련되면 구체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