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한국인 사상체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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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사상체질이 변하고 있다. 사상의학 창시자인 이제마가 조사했을 때와 비교해 태음인은 줄어들고, 소음인이 증가했다.

19세기 말 이제마가 저술한 동의수세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체질 분포는 태음인 50%, 소양인 30%, 소음인 20%, 태양인 극소수라고 기록됐다. 동의수세보원에는 ‘태소음양인의 비율은 지금 관점에서 볼 때 1개 고을에 만 명이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대략 논해보면, 태음인은 5000명, 소양인은 3000명, 소음인은 2000명 정도이고 태양인은 매우 적어서 1개 고을에 3~4명 내지 1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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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수세보원이 저술된 지 약 1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인 체질 분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 미병연구단 진희정 박사팀이 과학적·통계적 방법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사상체질 분포를 분석한 결과 태음인이 39.2%, 소양인이 33.7%, 소음인이 27.1%, 태양인은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는 동의수세보원의 기록 이후에 나온 객관적 통계자료로 사상의학과 특정질병 발병률 간 상관관계 연구 등 사상의학의 과학적 연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약 4명 정도가 태음인이고, 소양인과 소음인이 각각 3명 정도, 태양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이는 동의수세보원과 비교해 살펴봤을 때 태음인은 약 10% 줄었고, 소양인과 소음인은 각각 약 4%, 7% 늘었다.

한의학연은 2007년부터 9년 간 연구원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한의과대학병원, 한의원, 지역사회 코호트(cohort, 특정한 기준에 의해 분류된 동일한 특성의 집단), 국외 연구기관 등 총 29개 기관 및 집단과 함께 다기관 임상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한의학연은 이 네트워크를 통해 약 1만6000여건의 사상체질 임상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질정보은행(KCMB)을 구축했다. 수집한 체질임상정보는 인구학적 정보, 성격, 체질진단기록 등 임상정보와 체형·안면·음성 분석 자료로 이뤄진 계측정보, 일반 혈액 32개 항목 및 유전자(DNA) 정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진 박사팀은 체질정보은행에서 한의사 1차 진단과 한약처방 체질 감별법(체질별 한약처방을 복용한 후 체질을 감별하는 방법)을 통해 체질이 확진된 약 4000여명의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표준화법을 활용해 체질분포를 분석했다.

직접 표준화법이란 관심 집단의 연령별 정보를 바탕으로 표준인구 정보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진희정 박사는 “체질 분포에 대한 첫 객관적 자료인 이번 분석결과가 동의수세보원과 차이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한국전쟁과 산업화 등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 한국인 인구구조가 변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를 계기로 사상체질과 특정 질병과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 등을 통해 사상체질의학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사상의학이란

사상의학은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 즉,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나눠 해당 체질에 적합한 한의학적 치료를 시행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의료모델이다. 조선 말기 유학자이자 의학자인 이제마가 저서 ‘동의수세보원’에서 처음으로 사상의학을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사람의 네 가지 체질은 체형, 성격, 증상, 약물반응에 의해 구분되며, 같은 증상이라도 체질에 따라 다른 약물을 써야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