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장노출…놀랍구나 스마트폰 카메라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 기능이 괄목할 만큼 발전하면서 “DSLR 카메라에 버금간다”는 표현을 심심찮게 접한다. 물론 여전히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 이른바 폰카가 DSLR 카메라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여준다고 보긴 어렵다. 초심에 충실한 미러리스를 DSLR과 분리해 생각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변치 않았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물리적 환경이라는 게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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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폰카가 발휘하는 성능이 얼핏 봐도 전문가용 카메라 못지않을 만큼 좋은 결과물을 내준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게 셔터 버튼만 누르면 사진이 나온다는 똑딱이, 콤팩트 디카를 완벽하게 대체해버린 현실은 폰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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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폰카가 이젠 똑딱이 수준을 넘어 노출을 직접 조작해 눈으로 볼 수 없는 사진을 담아내는 걸 욕심 부릴 수도 있겠다. 물론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는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운영체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다루는 기능이어서 프로그램으로 튜닝할 수 있다. 덕분에 전문가용 카메라로 구현한 수동 노출을 담아낸 사진을 흉내 내는 건 이미 예전부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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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케이션을 써서 물이 흐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 스마트폰 사진. ‘Cortex Cam’이라는 버스트 촬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현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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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에 있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한 번 노출로 온전히 흐름을 담은 것과 여러 컷을 빠르게 담아 흐름을 합성해낸 건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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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사진(좌)와 장노출로 구현한 사진(우). 버스트 촬영을 통한 합성은 흐름을 자연스럽게 살려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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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젠 애플리케이션을 써서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노출 조절 기능만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나왔다. LG G4가 그것이다. G4는 내장 카메라 앱 전문가 모드에서 1/6,000초부터 30초까지 노출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ISO 50에서 2,700까지 감도 조절은 물론이고 수동 초점과 색온도 조절 등 다양한 수동 기능에 DNG 포맷으로 RAW 파일을 저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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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능을 조합하면 지금까지 DSLR나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수동 노출 설정 기능을 갖춘 카메라나 구현할 수 있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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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4를 통해 담아낸 사진. 수동 노출로 2초간 열어 흐르는 물을 온전히 표현했고 이른 아침 느낌을 담기 위해 색온도를 AWB보다 낮춰 푸른색이 도드라지게 했다. 장노출로 자칫 나타날 수 있는 노출 오버는 DNG 포맷으로 관용도를 넓혀 개선했다.

사람이 눈으로 보는 건 보통 60프레임 동영상이라고 간주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장노출을 통해 얻어내는 사진 속 결과물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도 아니고 색상도 다르다는 얘기다.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밝은 색은 더 밝게, 어두운 색은 더 어둡게 표현해 짙고 선명한 인상을 풍긴다. 사진 속 물 흐름과 더불어 장노출 사진 속에서 얻으려는 느낌 중에는 이런 특징도 있다.

새벽 여명을 30초 장노출을 통해 밝고 부드럽게 표현했다. AWB로 새벽 느낌을 주는 색상이 중화되지 않도록 색온도를 수동 조작했다. 노출시간이 긴만큼 다소 밋밋했던 동녘의 그라데이션도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나왔다.

다만 G4의 수동 기능으로 이들을 온전히 구현하는 건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대부분 폰카가 그렇듯 G4 역시 카메라 조리개가 고정값이기 때문. G4 카메라의 조리개값은 F1.8. 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4분의 1보다 조금 더 많이 빛을 통과시킨다.

폰카 내장 카메라 조리개치고 대단히 좋은 개방값이다. 요즘 폰카로 흔히 찍는 음식 사진 등 상대적으로 광량이 부족한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유리한 요소인 건 물론이다. 다만 장노출처럼 일상적인 것보다 노출시간을 길게 해야 할 경우라면 역효과가 난다.

야경은 시간 싸움이다. 일몰 후 대략 1시간 가량을 ‘골든아워’라 하여 하늘과 땅의 세밀한 부분까지 온전한 색으로 살려낼 수 있는 때로 간주한다. 그 후에는 너무 어두워져 빛이 없는 부분은 그저 까맣게 보일 뿐이곤 한다. 하지만 골든아워에 장노출로 야경을 담기에는 G4의 F1.8 조리개값이 방해 요소가 된다. 이 사진은 골든아워가 끝날 무렵 겨우 4초라는 노출 시간을 확보했을 뿐이며 그마저도 멀리 보이는 성수대교 조명이 너무 밝게 나왔다.

전문가용 카메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원형 가변조리개를 통해 얻는 빛 갈림 효과도 폰카에선 기대할 수 없다. 도시 야경이라면 특히 화려한 불빛을 꾸며주는 빛 갈림으로 얻는 풍경도 무시할 수 없는 맛이다 보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윗 사진에 크로스 필터를 더해 빛 갈림 효과를 더했다. 남는 스마트폰 액정보호필름을 활용해 만든 탓에 사진이 전반적으로 뿌옇지만 빛 갈림 효과를 통해 밋밋할 수 있는 사진을 개선했다.

물론 가변조리개나 원형조리개 같은 요소는 당장 폰카에서 구현할 만한 수준도 아니고 구현할 값어치가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요소는 크로스필터를 자작해 적용해본 것처럼 액세서리 형태로 크로스필터, ND필터를 따로 곁들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G4에 광량을 1/3으로 줄여주는 ND8 필터를 임시 고정시켰다. 이렇게 고정시킨 필터는 DSLR 카메라용 렌즈에 달았을 때처럼 광량을 낮추는 효과를 내준다. 이런 액세서리가 스마트폰 전용으로 나온다면 폰카의 입지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꽤 오래 전 리코가 GR디지털이라는 콤팩트 디카를 내놔 전문가급 카메라 사용자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GR디지털은 콤팩트 디카지만 당시 전문가용 카메라와 다를 바 없는 수동 노출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135포맷 환산 화각 28mm에 F2.8 조리개값으로 당시로선 대단히 높은 개방조리개값을 가진 모델이었다.

G4 내장 카메라의 다양한 수동 노출 기능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바로 GR디지털이다. 당대 최고 서브 카메라로 각광받았던 GR디지털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줬다. 폭넓은 조작 범위 덕에 메인 카메라의 프레이밍 도구나 간이 노출계 역할까지 할 수 있었다.

이젠 스마트폰 대부분이 이런 역할을 대신하지만 노출계 역할까지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G4도 고정조리개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수동 조작 기능은 앞으로 이 제품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G4는 이미 지금까지 보여준 성능만으로도 일반 카메라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G4를 다른 폰카와 비교한다면 한마디로 “발군의 실력”이다. 실제로 사진만 보여주면 폰카라는 생각을 못할 정도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 기사 내에 사용한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물 원본 이미지는 플리커(https://www.flickr.com/gp/130314839@N04/Dj3738)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장지혁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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