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아낀 전기를 되파는 국가 전력 수요자원(DR) 거래시장에 뛰어든다. 지난해 말 DR시장 개설 후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자로 나선 건 처음이다. 민간사업자 사이에선 영역 침해란 우려가 나왔다.
서울시는 이달 초 전력거래소 DR시장에 정식사업자로 등록했다고 18일 밝혔다. 물재생센터·시립미술관 등 시 소유 건물·사업소 17개 시설 기반으로 최대 5㎿h 전력 자원을 거래에 활용할 계획이다.
DR시장은 전력거래소와 전기 소비자(기관·기업·사업장)가 감축 가능한 전력량을 사전에 약정하고, 피크시간대 약정량 만큼 실제 사용을 줄이면 절약한 발전소 가동비용으로 소비자에 돌려주는 제도다. 발전소 추가 건설을 억제하고 발전소 가동에 따른 연료비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한다.
서울시는 전력 피크시간 대 설비 가동 조정, 조명 소등, 냉난방 조정 등을 통해 1시간당 최대 5㎿ 전력을 줄일 계획이다. 시설별 전력소비 감축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 동안 시설 상황에 맞춰 조정한다. 시는 전력 감축으로 시민들 이용이나 시설 안전과 운영에는 영향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DR시장 참여로 연간 2억원가량 수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얻은 수익금은 주택단열 개선 등 저소득층 에너지복지에 재투자한다. 사업성과를 분석해 앞으로 일반 가정이나 중소 건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정희정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과장은 “DR시장 참여로 아낀 전기 판매 수익금을 에너지복지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 발전소 건설을 억제하는 일석다조 효과가 있다”며 “향후 시민참여형 에너지 절약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DR시장 참여가 공식화 되자 일부 사업자나 민간 전문가는 우려 시선을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DR사업은 잉여 (전력)자원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과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이 때문에 서울시가 민간 솔루션 업체에 하청을 맡기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어차피 서울시민 세금으로 사용해왔던 전기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아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