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V산업이 쇠락했다.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는 10여 년 전만 해도 프리미엄 TV 대명사였다. 당시 백화점 TV매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자리는 일본산 TV 차지였다. 국산 제품은 구석에 밀려있었다. 해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유럽 가전 판매점은 일본 제품으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미국 청소년은 소니를 자국산 브랜드로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영원할 것 같았던 명성은 한국산에 점차 밀려 시들해졌다. 수년 전부터 중국에도 밀렸다. 지난 1분기 일본 TV가 선두권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한국산 TV가 글로벌 시장을 35% 넘게 점유해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했다. 수년간 3등을 유지하면서 일본산 TV 명맥을 지켜온 소니가 중국기업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옛 명성에 비하면 치욕에 가까운 5.6% 점유율에 그쳤다. 일본 TV 르네상스를 이끌던 파나소닉은 10위에 겨우 턱걸이했다. 샤프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방심이 화를 부른 결과다. 언제나 선두자리를 지킬 것으로 안주한 탓이다. 한국기업이 위협할 때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도 한몫했다. 제조 혁신에 등한시했다. 가격 경쟁력이 점차 떨어졌고 패널 가격이 오르자 버틸 여력이 없었다.
소비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디자인과 기능을 찾았지만 일본 제품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일본산 브랜드 파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 기업이 부상하자 여지없이 밀려났고 이제 중국기업까지 앞질러갔다.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은 한국과 중국 기업 경쟁으로 정리됐다. 내년에는 주류 TV 경쟁에서 일본 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쟁 대열에서 탈락한 일본기업은 앞으로 변방에서 틈새시장을 겨냥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선두자리는 오르기보다 지키기가 어렵다. 언제나 후발주자 위협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세계 TV 시장 선두는 우리기업이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일본기업이 빠진 자리는 엄청난 내수시장으로 무장한 중국기업이 차지하고 영토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금이 최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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