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승세로 전환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가 국제유가 반전 포인트로 지목했던 OPEC(석유수출국기구) 진영 감산과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중 어느 것도 가시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 같은 저유가 기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유가 동향과 관련해 다수 기관이 상반기까지는 저유가 기조를 유지하다 하반기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으로선 상승곡선을 그린다 해도 그 폭이 완만할 것이라는 게 에너지업계 중론이다.
기관들이 유가 상승을 예상했던 이유는 OPEC 감산과 미국 원유 재고 감소다. 하지만 두 요인 중 어느 쪽도 아직 이렇다 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OPEC 원유 생산량은 북미산 셰일오일 생산량이 줄어들면 같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이번 유가하락은 OPEC가 셰일오일에 뺏긴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공급과잉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단 북미 셰일오일 시장은 이번 저유가 공세에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내 원유 시추기 가동 대수는 21주 연속으로 감소했고, 일부 사업 철수와 인수합병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OPEC는 감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원유 생산량을 더 늘리며 북미 셰일오일 감소 부문을 메우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량 역시 예상을 뒤엎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량은 4억8900만배럴로 193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홀리데이 교통량 증가 등 전통적으로 원유재고량 소진이 많은 5월도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이라크 원유 수출량이 최대 기록을 세우는 등 세계 원유 공급량이 계속 증가 중이다. 일부 개도국이 원유하락에 힘입어 경기회복과 함께 소비량을 늘리고 있지만 가격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는 하반기 유가가 반등하려면 5월 중 OPEC 감산과 미국 원유 재고량 감소 신호 중 하나는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OPEC 감산의지가 커 보이지도 않고 미국 원유 재고도 생각보다 많다”며 “기관이나 증권가 예측을 종합해 보면 하반기 유가 상승기가 오더라도 그 폭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