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유업계 실적 개선, 착시현상 vs 내실성장

정유업계가 실적부진 탈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업계 1~3위 정유사가 모두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늪에서 허덕이더니 올해 1분기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실적은 당분간 회복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수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개선됐으며 지난해 발목을 잡은 재고평가손실도 유가하락이 멈추면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고 표정관리에 힘쓴다. 국제유가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시황이 언제 다시 악화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과 기름값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따가운 눈초리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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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1분기 모두 웃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 모두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실적을 공개한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가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GS칼텍스도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증권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액 4조3738억원, 영업이익 2381억원, 당기순이익 2113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2014년 4분기 대비 3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7%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012년 3분기(6.1%) 이후 가장 높은 5.4%를 달성했다.

그동안 부진을 이어온 정유 부문에서 1190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8분기 만에 적자를 끊으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에쓰오일은 직전 분기 정유사업에서만 306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455억원, 영업이익 3212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4조615억원(25.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주력인 석유사업은 매출 8조9851억원, 영업이익 1526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었다. 회사는 지난해 석유사업에만 991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95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1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은 3조119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0.3%)보다 훌쩍 뛴 3.0%로 크게 상승했다.

GS칼텍스도 1분기 흑자전환이 확실시 된다. 증권사 영업이익 추정치는 1800억~2000억원 규모다.

◇무서운 정제마진의 힘

정유사 실적이 1분기 동반 상승한 것은 영업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 차이를 말하는데 통상 배럴당 3~4달러를 업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보다 배럴당 4~5달러를 웃돌지 않으면 정유사는 밑지며 영업을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낮은 정제마진으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 배럴당 2.9달러에서 3분기 1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정유사는 영업손실이 크게 줄어든다. 하루 정제량이 111만5000배럴에 달하는 SK에너지는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연간 4400억원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최근 저유가에 힘입어 세계 수요가 증가했고 이 때문에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최근 6년 동안 최고 수준인 배럴당 6달러까지 급등한 상태다. 단순계산으로 지금과 같은 정제마진이 유지되면 지난해 대비 크게는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다.

1분기 유가하락으로 재고손실이 발생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았고 정제마진이 큰폭으로 상승하며 4개사 모두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정유사 발목을 잡은 재고손실도 크게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는 1분기 배럴당 50달러 선을 오가며 지난해와 급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정유사는 비싼 가격에 원유를 사다가 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유가 평균 하락폭은 배럴당 15달러 이상이다. 하지만 2월 유가가 10달러 이상 상승하면서 1월 손실을 상당부분 줄였다.

◇영업 선방 속 “민심 나빠질라”

정유업계는 시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1분기 호실적이 올 한 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데다 공급가격 인상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소비자 비난 여론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정유업계는 과거 좋은 실적을 냈을 때마다 예외 없이 폭리 논란 중심에 섰다. 유가가 상승할 때 실적이 개선되는 정유업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상승 시에 재고평가차액이 발생하고 제품가격과 정제마진도 상승한다. 이때 소비자 기름값도 상승하기 때문에 실적개선 시기에 정유사를 향한 소비자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정제마진 상승 및 유가 반등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최근 유가상승 및 안정세를 미국 정유회사 생산중단과 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선도 따른다.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업종이 시황이 개선되려면 현재 정제마진 상승이 수요증가에 따른 구조적 원인이라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향후 시황을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유가가 서서히 반등하고 수요도 뒷받침된다는 것이 메가트렌드”라고 내다봤다.


주요 정유사 1분기 실적

[이슈분석]정유업계 실적 개선, 착시현상 vs 내실성장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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