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중소기업 명예의 전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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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추신수와 같이 최고 실력을 가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한 번쯤 꿈꾸는 게 있다. 바로 야구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명예의 전당 입성 심사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일정한 활동과 성적을 기록한 선수 중에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경력기자들이 75% 이상 지지해야 한다. 성적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과 스포츠맨십까지 경기 외적인 요인도 심사 기준이다.

심사 기준이 엄격한 것은 명예의 전당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역 선수에게 성공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선수 기량 향상과 스포츠맨십을 유도한다. 팬들을 비롯해 야구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에게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지속시켜 주는 큰 매개체가 된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세리 선수에서 볼 수 있듯 지금의 세계 여자골프를 제패하는 것은 ‘제2의 박세리’를 꿈꾸던 이른바 박세리 키즈다.

세계 중소기업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입성할 수 있는 많은 기업이 있다. 중소기업 중앙회 회장을 지낸 고 유기정 삼화인쇄 회장은 1954년 삼화인쇄를 창립해 국내 최초 원색사진동판인쇄시설을 도입하고 인쇄물 수출 시장을 개척했다.

국회 상공위원장이었던 고 유기정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장에 내정되자 국회의원직을 사임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중소기업 고유업종 선정,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제정 등 중소기업 역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남산문화재단을 설립해 육영사업에도 힘썼다. 언론은 그에게 ‘중소기업 육성의 산증인’이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고 유기정 회장뿐 아니라 지난 50년 산업화 과정에서 중소기업 발전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기업인이 우리 주위에 있다. 이들이 있기에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 수 있었다.

중소기업 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 335만4000개 중 99.9%인 335만1000개다. 종사자 수도 전체 종사자 수 87.7%인 1305만9000명으로 국민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290만5000개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 기업 인식은 아직도 냉랭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4년 하반기 기업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기업호감지수는 100점 만점에 44.7점으로 낙제점 수준이다. 2012년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기업가 호감도는 34%로 미국(60%), 유럽연합(EU) 27개국 평균(53%)보다 크게 낮았다.

통계청 2013년 전국 사업체 조사결과, 전체 사업체 수는 증가했지만 20대가 대표로 있는 기업은 전년보다 9.7%, 30대는 무려 18.1% 감소했다. 경제 동력이 식어가는 것이다.

경제 재도약과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중소기업인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국민 대다수는 고 유기정 삼화인쇄 회장이 무엇을 위해 일했고 지금의 중소기업을 위해 얼마나 좋은 경영 환경을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를 존경하고 배울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롤 모델과 교류와 경험이 많을수록 성공에 대한 자기 신념이나 기대감이 높아지고 창업의지가 올라간다고 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명예의 전당을 통해 해당 분야별 지식과 기술에 대한 정통성을 마련하고 ‘영웅’을 통해 해당 분야 확산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은 대한민국 경제 꿈나무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창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올바른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sgtkpk@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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