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中企 성장사 함께 쓴다]<3>한국중부발전 “협력사가 우수해야, 발전소도 우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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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초 한국중부발전에 납품하던 몇몇 협력 업체는 갑작스런 소집 통보를 받는다. ‘무슨 일일까?’ 갸우뚱하면서도 갑작스런 계약 조건 변경은 아닌지 우려를 안고 모인 자리에서 협력사는 뜻밖의 얘기를 접한다. 절대 갑으로 여겼던 중부발전이 협력사 애로사항을 듣고 도와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부발전 상생협의회 1기가 구성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이 자리에 있었던 한 협력사 사장은 “별다른 요청이 없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시스템 개선과 근무환경 개선, 해외전시회 참가 등 많은 부문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중부발전은 협력사가 우수해야 발전소도 우수해진다는 확신을 갖고 동반성장 활동을 확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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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자생력 키우는 글로벌 상생발전소

대부분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추진 중인 상생협력과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사한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자주 소통하고 얼마나 많은 금액을 지원하느냐에 그 차이를 가늠한다. 중부발전의 중소기업 동반성장 활동은 단순한 수치적 성과를 넘어 꽤 오래전부터 쌓아 온 협력사와 끈끈한 ‘정(情)’에 기초해 있다.

이는 중부발전이 지닌 독특한 색깔 때문이기도 하다. 중부발전은 발전공기업 중에서도 유독 해외사업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 역사를 따져 봐도 발전사로는 드물게 해외시장 개척 선봉장으로 활약해왔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개척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해외시장 개척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품질이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협력사 경쟁력 확대였다. 중부발전이 최초로 중소기업지원팀을 공식 팀으로 만들어 동반성장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작부터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현지 시장을 무대로 진행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양자적 동반성장 관계를 넘어 우리나라의 발전산업과 정부, 그리고 해외시장 현지 정부와 현지 지역주민도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중부발전 동반성장 프로그램 ‘글로벌 상생발전소’ 사업은 다수 이해관계자가 함께 성장하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역점을 두는 곳은 해외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협력사 자생력 강화다. 소통 없이 일방향적인 과도한 지원으로 협력사 의존성만 심화시키는 동반성장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협력사의 의존성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지배종속관계만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뢰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해외 발전사업 특성상 현지 건설 사업 도중 협력사 직원이 다치는 등 사상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상호 간에 믿음을 심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협력사와 관계에 한국적인 정과 상부상조 문화를 심어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해외사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다 보니 회사 내부적으로도 동반성장 문화가 정착됐다. 500㎿급 한국형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을 주관했던 발전사로서 경험과 故 김영철 사장으로 시작해 지금의 최평락 사장까지 최고경영자(CEO)에 이어져 온 상생협력 경영방침, 해외 전문가가 된 조직원 하나하나가 글로벌 상생발전소란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해외 상생경험,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로

중부발전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기술개발분야 240개 연구과제에 300억원을 지원했고 중소기업 제품을 1조4000억원 어치 구매했으며, 2008년부터는 우수 중소기업을 2017년까지 격년별로 10개사씩 선정해 50개사를 강소기업으로 키우는 ‘KOMIPO-베스트100’ 상생협력업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 정책 등 대내외 요구를 반영해 ‘뉴(New) 동반성장 3.0 정책’을 공표하고 동반성장·사회공헌·공유가치 창출을 기본방향으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키우고 있다. 해외사업에서 축적해 온 협력 사례를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강소기업 육성엔 그동안 해외사업에 적용해 온 글로벌 상생발전소 프로그램을 확대 접목한다. 그동안 중부발전 협력사와 진행했던 해외동반진출 모델 영역을 전 발전업계, 더 나아가 전 산업계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해외시장 개척은 출발부터 중소기업 동반진출을 원칙으로 삼았다. KOTRA 등 공기업과 중부발전 해외 네트워크 협업으로 바이어 초청 마케팅, 해외시장 정보 제공, 아프리카 등 신흥지역 수출지원 상호협력을 추진한다. 동남아시아에 집중된 해외시장은 중남미·아프리카로 넓혀나간다. 신시장 개척에는 중부발전 자체 노력과 함께 협력사 차원의 시장 발굴도 적극 권유하고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지금까지 해외개척은 중부발전이 앞장서고 중소기업이 뒤따라오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시장 개척의 선봉장이 될 수 있고, 다함께 시장확대에 힘쓰는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대응도 동반성장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통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요구가 커지면서 협력사와 함께 시대 흐름에 올라타려는 것이다. 중부발전은 회원사에게 신재생에너지 변화 흐름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미리 대비하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신규 신재생 에너지기업이 협력사로 참여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중부발전이 2025년 비전으로 내건 ‘글로벌 톱클래스 에너지 회사’ 달성을 위해선 강소 협력사를 두루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으로 신규 발전소를 건설 단계부터 협력사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을 넓혀, 보다 빨리 발전소 기자재 제작을 시작하고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올해는 충청남도 보령으로 본사가 이전한다. 중부발전은 보령 시대에도 지역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고 에너지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동반성장 사례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글로컬(글로벌+로컬) 기업으로서 지역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도 상생하는 동반성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