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차세대 인터넷주소(IPv6) 이용률이 0.6%로 조사됐다. 세계 33위다. 이용자수는 약 25만3000명이다. 전체 인터넷 이용자를 4000만명으로 가정하면 여전히 극소수만 IPv6를 사용하는 셈이다.
IPv6가 당장 한국 인터넷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사결과는 시사점이 꽤 있다. 0.6%라는 수치뿐 아니라 중국과 부탄에도 뒤졌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벨기에(35%), 독일(16.5%), 미국(13.2%)에 비해선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 IPv6 전환이 더딘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공급자 위주인 통신인프라 시장에서 중소 ISP의 전환의지가 약하다. 전환비용 대비 투자수익이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닭과 달걀’ 논쟁처럼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에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IPv6 전환을 정책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지구촌이 물부족 현상을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인터넷 주소 부족에 직면할 때쯤이면, 이미 늦었다. 1990년대 이후 IPv4 기반의 온라인 고속도로는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도약하는 환경이었다. 네이버 다음을 비롯,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많은 인터넷 전문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성공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ICT산업은 급변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과거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시대를 주도했던 코닥은 대표적 사례다. IPv4는 언젠가 고갈된다. 점진적으로 우리 인터넷 산업 기반을 IPv6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이대로라면 주소가 없어 신규 서비스 출시가 늦춰질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 도래도 IPv6로 전환을 해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IPv6 장비에 대한 세제혜택을 비롯, 공공부문에 대한 일차적 테스트 역시 필요하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생명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맞이할 통신망이라면 잘 준비해야 한다. 지금 사용에 무리가 없다는 이유로 변화를 부정한다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서서히 끊는 물 속 개구리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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