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에너지 사용, 스마트시티 시대가 왔다

지구촌은 에너지수요가 오는 2050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있다. 현대인 생활 근간인 도시는 지구 전체 면적 2%에 불과하지만 세계 인구 50%가 살고 전체 에너지 사용 75%, 온실가스 배출 80%를 차지한다. 2050년께 인구 70%가 도시로 더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에너지문제 해결은 앞으로 인류 존속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그 대안으로 대두된 개념이 ‘스마트시티’다. 도시 에너지 인프라 자체를 효율적으로 구축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꾸는 것이다. 스마트시티에선 에너지와 물 등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기술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돼 최적화된 자원소비를 유도한다. 우리나라도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전력수요관리(DR) 등 스마트시티 핵심 기술 개발과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시티 도입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파리, 리옹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화에 나선 프랑스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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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샴베리 국립태양에너지연구소에서는 앰배서더 프로젝트 실증이 한창이다. 사진은 건물에너지 최적화 테스트를 위한 모델하우스.

◇스마트시티 선두 주자 프랑스

프랑스 하원은 지난해 10월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법’을 통과시켰다. 지난달에는 상원에서도 이 법을 수정·가결했다. 원자력 비중 등 몇 가지 항목에서 이견이 있지만 오는 5~6월 최종 법안 투표를 거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2050년 에너지 소비를 2012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전력 생산 70% 이상을 담당하는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이용률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시티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프랑스는 2012년 이미 스마트시티 보급 확대를 위해 9개 에너지·ICT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여기엔 총 1780여개 회사가 참여했으며 200개 이상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계획 또는 추진됐다. 지금까지 투자된 금액만 12억유로를 넘었다.

가장 적극 참여하는 곳이 리옹시다. 스마트시티로 거듭나고 있는 리옹 콩플루앙스 지구 페라쉬단지 275가구는 인공지능 주택으로 설계돼 각 가구 에너지 사용량이 전자기판에 표시되고 조절된다. 주민은 물·가스·전기 사용량을 실시간 확인하면서 원격조종까지 가능하다.

2013년부터는 지구 내 기업과 주민이 30대 전기자동차를 공동 사용하고 있으며 이 전기차에 사용하는 전력은 인근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다. 콩플르앙스 지구 내에만 33개 전기차충전소가 설치됐다.

최첨단 컴퓨터 서버가 콩플루앙스 지구 내부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측정해 필요한 부분에 에너지가 순환되도록 자동 조정한다. 이 지역에너지관리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생산 가능한 에너지 생산량과 사용 방식을 측정하고 기후 조건에 맞춰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스마트시티 어떻게 만들어지나

첫째 단계는 도시에 에너지 유연성을 갖춘 건물을 짓는 작업이다. 바꿔 말하면 스마트그리드에 대응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고 건물이 에너지 수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값싼 시간대 전력을 최대한 많이 사용해 에너지비용 측면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단계는 이런 에너지 유연성이 확보된 건물을 연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면서 도시 에너지 부족시(전력피크 등) 각 빌딩이 유기적으로 대응해 위기상황을 넘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셋째 단계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구) 단위로 건물 자체 에너지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태양광발전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건물에 최대한 많이 설치해 에너지를 외부에서 공급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에너지저장, 전력 되팔기, 효율향상 등 ICT를 활용한 관리가 더해져 지역단위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단계는 에너지문제 발생 시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블랙아웃이나 기상이변 등으로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더라도 도시에서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SS에 전력을 일정하게 저장해두면 외부에서 전력공급이 차단되는 상황에서도 일정기간은 문제없이 견딜 수 있다.

◇스마트시티 실증, 앰배서더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은 스마트시티 핵심기술 ‘지역에너지관리시스템(DEMIS)’의 모든 단계를 실증하는 앰배서더(Ambassador)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빌딩·전기차·냉난방·전력생산·저장·조명 등을 아우르는 도시 에너지 흐름을 구 단위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찾는 프로젝트다. 에너지 총비용을 최소화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정전·단수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분야별 성공 사례를 우선 발굴하는 것으로 2012년 시작돼 2016년까지 4년간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슈나이더일렉트릭, 시스코 등 EU 11개국 15개 기업·연구기관·정부 산하 조직이 참여 중이다. 실증단지는 프랑스 ‘국립태양에너지연구소(INES)’, 그리스 ‘라브리온 테크파크(LTCP)’, 영국 ‘베딩톤 제로 에너지 단지(BedZed)’ 3곳에 마련됐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조직하고 꾸려나가는 주관기관 역할을 맡고 있다.

리옹에서 동쪽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두 시간 이동해 찾은 소도시 샴베리 국립태양에너지연구소에선 DEMIS를 주축으로 지역별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최적의 에너지 흐름을 찾아내기 위해 실증 연구가 한창이었다. 에너지 사용 예측 알고리즘, 헬스 모니터링, 지역별 최적화, 빌딩 최적화 등 제어 기술을 활용한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알프레도 삼페리오 슈나이더일렉트릭 매니저는 “각 건물이 아무리 개별적으로 에너지효율이 높아져도 서로 연계·관리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든다”며 “DEMIS과 ESS까지 연계하면 에너지사용 제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너무 덥거나 추운 불편함을 겪지 않고도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페리오 매니저는 또 “스마트시티 도입이 프랑스에선 전기요금 변동가격제 덕분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처럼 전기요금이 고정적인 국가에서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하면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정전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게 되고 전력피크시 부하를 줄이는 솔루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리옹(프랑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