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국산화 사업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28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산 기술을 채택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거나 기존 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CPU 코어 국산화 사업 개념계획서 접수를 마감하고 지난 25일 1차 후보 기업을 선정해 개별 통보했다.
산기평은 당초 참여 기업이 10여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훨씬 상회하는 28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사업 총괄 주관기관 역할을 하는 1개 기업을 제외하고 총 27개 기업이 경합을 벌였다.
CPU 코어 국산화 사업은 ARM에 종속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핵심 부분품을 국산 기술로 대체하는 게 목표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커질수록 AP를 탑재하는 기기가 많아지는 데 해외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정부가 파악한 모바일 CPU 코어 분야 로열티는 매년 3500억원 수준이다.
산기평은 전체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개념계획서로 1차 평가를 한 뒤 3배수인 15개 기업을 선정했다. 1차 선정 기업은 내달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종 5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CPU 코어 국산화 사업에 참여한 3개 기술 후보군의 경쟁도 치열했다. △에이디칩스 ‘이스크(EISC)’ △KAIST와 특허청의 ‘코어에이(Core-A)’ △ETRI ‘알데바란(Aldebaran)’이 각각 자사 기술의 특징과 강점을 알리며 기업 참여를 유도했다.
이번 사업에서 최종 국산 CPU 코어 기술로 선정되면 한국을 대표하는 CPU 코어 기술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업 기회도 발굴할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1차 선정된 15개 기업 중 9곳이 에이디칩스 이스크를 선택했다. ETRI 알데바란은 라이선스 비용 때문에 비교적 높은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참여사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스크는 초기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고 코어에이는 기술 특성상 오픈 라이선스로 제공해 비용 부담이 적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국산 CPU 코어 로드쇼’ 행사에서는 해당 기술을 이용해 칩을 개발·상용화한 사례, 양산 경험, 성능, 기술 지원, 라이선스 비용 등에 대한 업계 관심이 컸다. 기술 국산화도 중요하지만 해당 CPU 코어를 적용한 칩이 성능과 가격 면에서 시장 경쟁력 중요해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꼼꼼하게 검증하려는 기업 문의가 이어졌다.
참여를 희망한 기업은 다양한 분야의 칩에 국산 CPU 코어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장장치, 센서, 동작인식,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 칩 개발 계획이 주를 이뤘다. 자동차 분야 칩 개발에 나선 곳도 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는 “예상보다 참여 기업이 많아 놀랐지만 그만큼 후보 기술군의 성능과 시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곳이 많다는 의미”라며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갖고 국산 CPU 코어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