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SK텔레콤에 신규모집정지와 200억원대 과징금 부과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SK텔레콤은 투명한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지급시스템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위반 및 조사방해 혐의를 받은 SK텔레콤에 신규모집정지 7일, 과징금 235억원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또 조사방해를 주도한 SK텔레콤 ICT기술원장과 이메일로 자료삭제를 지시한 SK텔레콤 직원에게 각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공시지원금을 위반한 31개 판매점에 각 150만원 과태료를, 조사를 방해한 5개 대리점 및 판매점에 각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다만 영업담당 임원 형사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방통위가 지난 1월 21일부터 3주 동안 SK텔레콤을 단독 조사한 결과 가입자 2050명에게 1인당 평균 22만8000원을 초과한 공시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점과 판매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역시 최고 50만원까지 상향해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는 장려금을 과도하게 지급해 우회 지원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조사 거부나 방해 사례도 나왔다. 단독조사 과정에서 조사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조사방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사례가 여섯 건 발생했다. 특히 SK텔레콤이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자료 삭제 지시를 내리는 등 조사를 방해한 것이 중징계에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한 대리점은 자료 삭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이번 조치에 “조사 기간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독조사에 의한 제재는 매우 유감스럽다”면서도 “단통법 안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리점 및 판매점에 내려 보내는 리베이트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형희 SK텔레콤 MNO총괄(부사장)은 “SK텔레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가입자 유치를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통신시장 성장을 위한 경쟁을 주도하겠다”며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핀테크 등 여러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적극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최고 수준 징계를 받게 됐지만 당초 우려했던 것처럼 삼성전자 ‘갤럭시S6’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신규모집정지는 영업정지와 달리 신규 및 번호이동은 금지되지만 기기변경 영업은 허용된다. 방통위는 시장 냉각을 우려해 신규모집정지 조치를 당장 내리지 않고 추후 협의해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 결정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