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10.5세대 LCD 투자 무산, 국내 업계도 줄줄이 투자 보류…장비업계 ‘울상`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가 추진해온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BOE LED 사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BOE의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당분간 10세대급 투자 검토를 연기키로 했다.

26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BOE의 10.5세대(2940×3370㎜) LCD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를 잠정 보류했다. 업계는 이미 기술이 범용화된 LCD 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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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좡단지에 있는 BOE의 8.5세대 라인.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BOE LCD 투자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정부 지원을 받아 600억위안(10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변심에는 여러 배경이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투자 대비 효과가 크지 않고,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투자금액 대부분이 외국계 업체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마더글라스 업체인 미국 코닝과의 불화설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BOE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핵심 부품인 마더글라스를 제공하는 미국 코닝과 중국 정부와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 투자 대비 내수 진작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BOE의 10.5세대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당초 BOE가 내년 하반기부터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10세대 LCD 투자 검토에 적극 나섰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와 동일한 수준이거나 더 큰 초대형 LCD 생산 라인 구축을 고민해 왔다. 공장 설립 지역으로는 국내 생산기지인 충남 아산 탕정단지가 거론됐으나 최근 팽택 산업단지가 유력시 됐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10세대급 투자를 적극 검토하면서 덩달아 사업 추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보다 기존 8세대급에서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효과적이란 판단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BOE 투자가 사실상 불투명해지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도 당장 10세대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며 “먼저 나서면 높은 설비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등 불리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투자 시기 등을 놓고 더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OE 추진으로 10세대 투자 물꼬가 터질 것으로 예상했던 국내 장비 업계는 울상이다. 선투자를 통해 10세대급 제품 개발을 해놓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장비 업체 관계자는 “샤프에 이어 그동안 BOE의 10.5세대 투자가 기정사실화돼 있었기 때문에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했다”며 “단지 시기만 늦춰질 뿐 언젠가는 10세대 투자가 진행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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