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에서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CNT) 등 탄소나노소재를 이용해 전기적·기계적 특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복합섬유’를 개발했다. 기존 탄소섬유에 비해 더 질기면서도 유연하고, 외부 비틀림에도 강한 특성을 갖추고 있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소재 등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김선정 한양대 교수 연구진은 최근 간단한 공정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그래핀·CNT 복합섬유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그래핀과 CNT를 활용한 탄소섬유 개발은 지속적으로 시도돼 왔다. 하지만 제조 기술이 복잡하고 어려워 상용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핀은 우수한 강도와 연성을 갖췄지만 서로 적층·결합하려는 성향이 강해 기존 물성을 유지하면서 플렉시블한 특성을 갖춘 섬유를 구현하기 어렵다.
CNT 역시 물리적 특성이 우수하지만 섬유 제조 과정에서 인력으로 서로 엉키는 때가 많아 물성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복잡한 후처리 과정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김 교수 연구진은 그래핀과 CNT 소재에 ‘자가정렬’을 유도, 나노재료의 미세구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그래핀 결합을 방지하고 고유의 주름진 판상구조를 구현했다. 이 기술을 적용해 만든 복합섬유는 기계적 특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추가 열처리와 같은 후처리 없이 간단한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그 동안 방탄섬유로 많이 활용되어 온 ‘케블라’ 탄소섬유보다 외부 충격에 12배 이상 강한 특성을 갖췄다. 거미줄보다 6배 높다는 게 연구진 측 설명이다. 현재 케블라는 미국 듀퐁이 관련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래핀·CNT 복합섬유는 유연성이 좋아 매듭, 스프링 등의 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직물로도 제조가 가능하다”며 “특히 기존 케블라 섬유와 달리 별도 열처리를 할 필요가 없어 관련 제조비용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기계적 특성도 우수한데다 투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용화하면 전자기차폐,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현재 독일 소재 대기업 E사로 기술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