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최근 AMI용 G타입 모뎀 2만개 입찰공고를 통해 관련 특허기술료를 사실상 참여사업자에 전가했다.
특허기술료 대상인 한전PLC칩은 정부 부담금(50%)을 포함해 민간 부담금 50% 중 한전·한전KDN이 절반(25%)을, 젤라인이 나머지를 내 개발 완료됐다. 정부와 공기업 예산 등 국민혈세가 들어갔지만 결국 관련 사업을 하려면 일개 사기업에 특허료를 내야 하는 격이다.
◇돈 받아야 할 한전KDN, 오히려 돈 줘
한전과 마찬가지로 1999년부터 한전PLC 개발 사업에 참여한 한전KDN은 감사원이 명한 권리자임에도 오히려 젤라인에 특허료를 지불했다. 지난 2011년 감사원은 ‘2010년 AMI 50만호 시범 구축사업’에서 젤라인이 표준에 맞지 않는 불량 한전PLC칩을 공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감사원은 독점 구축사업자인 한전KDN에 ‘젤라인에 대한 제제 및 규격에 맞는 PLC 칩으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감사원은 젤라인과 한전KDN이 국가사업에 최소 28억원, 최대 246억여원의 손실 발생시켰다며 이같이 조치했다.
한전KDN은 지난해 젤라인에 ‘가압류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이후 절차인 본안 소송에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특허료를 젤라인에 지불했다. 가압류 대상 기업에 오히려 특허료를 지불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감사원은 최근 한전KDN에 감사원 지시(2011년 감사) 미이행으로 추가 감사 중이다. 한전KDN 측은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손해금액을 확정하지 못해 본안 소송을 못하고 있다”며 “한전에 감사원 조치 이행계획을 협의 중이며 데이터집합장치(DCU)에 추가 장치를 장책해 호환문제를 해결하고, 비용을 산출해 젤라인에 추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젤라인에 끌려가는 한국 스마트그리드 산업
젤라인은 지난 2013년 말 한전 등을 대상으로 ‘PLC칩 기술 유출 및 사용중지 통지’ 공문을 보내 ‘2013년 AMI 200만호 구축사업’에 대한 특허사용료 30억원을 처음으로 요구했다. 당시 한전·한전KDN은 젤라인 특허기술은 정부의 ‘중기거점 기술개발 사업’과 ‘전력 IT 개발과제’에서 완성된 만큼 공동 소유라고 주장했다.
한전PLC는 정부예산 60억원을 포함해 한전과 한전KDN이 각각 8억원과 4억6000만원을 투입해 젤라인과 공동 개발했다. 해당 기술사용 권한 지분율은 젤라인 34.3%, 한전과 한전KDN은 각각 22.2%, 12.5% 보유했다. 이뿐 아니라, 추가 전력IT 과제(342억원)와 기타 필드시험장(135억원) 사업에도 한전·한전KDN·젤라인이 비슷한 비율로 투자 배정받아 한전PLC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제를 수행했다. 확인된 것만 최소 715억원의 국가예산 투입됐으며 업계 추산으로 지금까지 한전PLC 개발에 1000억원이 직·간접 투입됐다.
젤라인은 지난 10여간 이 같은 국가적 혜택을 받고도 오히려 국가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과제 개발 사업비를 일부 부담해야 하지만 단한 차례 금전적 부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제 종료 후 정부(산기평·에기평·전기연구원)에 돌려줘야 하는 정액기술료(총과제비 20%) 역시 지불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 역시 정액기술료 징수의무가 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이다.
젤라인은 과제 산출물 관리부터 비용처리까지 투명하지 않은 데다 독자 특허권을 주장하며 관련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이 특허기술이 국가사업 규격인 만큼 향후 특허권자 변경 등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비책으로 공동소유권을 확보했을 뿐 책임소지를 면하려고 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우석 젤라인 대표는 “한전PLC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에 특허권을 받을 자격이 있고, 한전도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공고에 특허료를 지불토록 한 것”이라며 “산기평 등에 정액기술료 납부는 추후 분할납부 등의 방법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한전PLC 개발 관련 주요 일지
【표】한전PLC 개발 관련 주요 정부 과제 사업 현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