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이 올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밝혔다. 투자규모는 총 13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6.5%(20조여원) 늘었다. 불경기임에도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투자를 늘린 것이다.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유통·에너지 등 주력업종의 설비투자와 신성장동력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됐다. 30대 그룹 투자 계획을 경영계획 수립에 참고하는 다른 대기업과 실적과 회사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2, 3차 협력업체에 투자 확대는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투자 계획과 별개로 일자리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0대 그룹 올해 신규 채용인원은 12만1801명이다. 작년보다 6.3%(8000여개)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장기불황 여파도 있지만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에 따른 인건비 상승 우려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30대 그룹은 노동시장 개편이 없다면 고용절벽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의 투자·고용 현황을 챙기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을 채근했다. 또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임금인상도 독려했다. 기업이 임금을 올려야 소비자의 불안감이 잦아들고 소비도 느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경기전망 때문에 임금인상에 난색을 표명한다. 정부정책이 고용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임금인상에 맞춘 것은 현 상황과 배치된 정책 방향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고용감소 원인을 기업을 둘러싼 대외적 여건 탓으로만 볼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는 성장하지만,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했음을 말해준다. 기업이 돈을 벌면 고용이나 노동자 복지에 쓰는 것이 아니라 설비 자동화에 쓰기 때문에 고용은 늘지 않고 있다. 올해 투자 계획도 고용확대와 거리가 먼 설비투자와 사옥건설, 부동산 매입에 많은 돈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은 서로 핑퐁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임금과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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