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현장 돌아보니]소나무 절반 고사...한국선 NFC 도입키로

지난 4일 일본 교토에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효고현 고베시 롯코산 사이도 공원. 공원 중턱을 조금 올라서자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작업에 한창인 고베시 건설국 공원 사방부 삼림 정비사무소 직원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공원 한 켠에는 방제가 끝난 소나무가 수북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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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시 건설국 공원 사방부 삼림 정비사무소 직원들이 천적을 이용해 방제한 소나무를 들춰보였다.

효고현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천적을 이용한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곰팡이의 일종인 보베리아균을 배양헝겊에 적신 후 소나무에 걸쳐놓아 소나무를 살리는 방식이다. 재선충병이 창궐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나무를 개량해 개발한 저항성 소나무도 이곳의 방제 방법 중 하나다.

시모다씨(효고현 산림보전반)는 “일본 전역에서 재선충병 피해가 컸던 1979년 당시 효고현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피해가 많은 지역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항공방제와 천적을 이용한 적극적인 방제로 피해가 가장 적은 지역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안타깝게도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실패한 국가다.

과거 일본 전체 산림면적(2515만㏊)의 7%(176만㏊)에 달했던 소나무 면적은 지금은 절반도 채 안 되는 3%(75만㏊)수준으로 급감했다. 재선충병이 주원인이었다. 전체 소나무 면적의 절반 이상이 재선충병으로 고사했다.

소나무 재선충병 연구 세계적 권위자인 후타이 카즈요시 교토대 명예교수(삼림미생물생태학)는 “소나무 재선충병은 1905년 항구지역인 규슈 나가사키에서 발생했다”며 “미국과 교류가 있던 지역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나가사키는 화목을 주원료로 쓰던 지역이라 병해충으로 죽은 나무가 땔감으로 사용돼 병이 확산되지는 않았다. 이후 1921~1925년 효고현에서 다시 발생된 재선충병은 교토, 나카사키에 이어 관서지방으로까지 확산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소나무가 어떤 이유로 죽는지 이유를 몰랐던 일본은 재선충병이 처음 발생한 지 60여년이 지난 1970년에서야 원인을 알게 됐다.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는 재선충이 소나무 고사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나 이미 피해 지역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항공방제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오키나와 지역의 류큐 소나무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고, 훗카이도와 아키타를 제외한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말았다.

이후 일본 정부는 반드시 보호해야만 하는 곳만 선별적으로 선택해 소나무림을 보존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가령 국립공원, 해송 군락지, 고궁 및 문화재 주변 소나무 등을 선택적으로 방제하는 전략이다. 그 외 피해지역은 소나무가 아닌 편백나무 등 다른 수종으로 전환했다.

후타이 교수는 “재선충병은 전염병이라는 생각을 갖고 예방과 방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어느 한 국가나 지역만 방제를 한다고 해서 될 사안이 아닌 만큼 세계 각국이 함께 지속적으로 철저한 예방과 방제를 해야 소나무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림청, 2017년 완전 방제 목표

우리나라도 소나무 재선충병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1988년 첫 발생 후 최근까지 전국 74개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됐다.

그러나 재선충병을 대하는 정부의 방제 태도는 일본과 확연히 다르다.

산림청은 오는 2017년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재선충병 완전방제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재선충병 방제품질 제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 개정, 재선충병 방제 방법 다양화와 실효성 제고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당장 이달부터 재선충병 감염목의 무단 이동을 통제해 인위적 확산을 막고, 소나무류 유통·취급 질서를 확립할 방침이다.

방제 품질 점검을 하는 지역담당관(산림청 및 지방청 80명)과 재선충병 피해가 많은 9개 지방자치단체에 상주하며 방제현장을 직접 관리하는 책임담당관(산림청 18명)도 현장에 지정·배치했다.

재선충병 조기 발견을 위해 첨단 정보기술(IT)도 도입한다.

올해 연말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우선 보호가 필요한 대관령권역 등 4개 권역 우량 소나무숲에 근거리무선통신(NFC) 전자예찰함을 도입, 예찰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용하 산림청 차장은 “일본은 소나무 고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방제에 실패했지만 우리나라는 경우가 다르다”며 “소나무 고사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베(일본)=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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